서울 빵집 끝판왕이라 불리는 그곳, 맛은 과연?
며칠 전, 서울 3대 빵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나폴레옹 과자점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세련되었지만 동시에 전통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같은 3대 빵집 중 다른 곳을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퇴근길, 저는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에 위치한 리치몬드 과자점으로 향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본점은 마포구 성산동에 있지만, 제가 갔던 날은 휴무였고
마침 여의도에 일이 있어 더현대서울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도착한 시각은 저녁 6시를 조금 넘긴 무렵.
기대했던 인기 제품들은 이미 모두 품절이었습니다.
리치몬드의 시그니처 메뉴로 알려진 초콜릿 케이크 ‘리치몬드’와 슈크림빵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직원분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조금 늦으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설 수는 없었죠.
오히려 인기 제품이 다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남은 것들 중에도 뭔가 보석 같은 빵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거 말고 추천하실 만한 게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직원은 망설임 없이 레몬 케이크와 공주밤파이를 꺼내주었습니다.
먼저 레몬 케이크.
손에 들었을 때부터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겉은 살짝 단단하고, 속은 촉촉하게 풀어지는 구조.
겉면의 레몬 글레이즈와 함께 한 입 베어물자 상큼한 향이 퍼지며
은은한 산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단맛은 절제되어 있었고, 차 없이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다음은 공주밤파이.
파이 크러스트는 바삭하면서도 버터의 풍미가 살아 있었고,
속에 든 밤은 크고 통통했습니다.
달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는데,
공주산 밤의 고소함이 씹을수록 더해지며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매장은 백화점 내부지만, 리치몬드만의 클래식하고 단정한 분위기는 여전히 잘 살아 있었습니다.
고급스러운 포장지와 은은하게 빛나는 마크,
진열대 한쪽에는 ‘리치몬드’ 초콜릿 케이크의 사진이 놓여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맛보지 못했지만, 다음엔 꼭 먼저 챙겨야겠다고 다짐했죠.
리치몬드 과자점은 다른 빵집과 비교해서 추구하는 바가 달라보였습니다.
가격은 분명 높은 편이지만, 맛과 완성도, 그리고 오랜 제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앞서 찾았던 나폴레옹이 ‘묵직한 전통’이라면, 리치몬드는 ‘절제된 고급스러움’과 ‘정제된 디테일’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 이래서 여기가 프리미엄 제과점이라고 불리는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퇴근 후, 짧은 방문이었지만 참 많은 인상을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3대 빵집 중 이제 두 곳을 들렀네요.
다음 목적지는 ‘김영모 과자점’입니다.
그곳은 또 어떤 맛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