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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마지막 자리’ : 아산 이충무공 묘

나라를 지킨 영웅의 마지막 발자취

by 타이준

여름날, 영웅이 잠든 자리에서


여름 햇빛이 조금 무겁게 내려앉은 오후, 아산 어라산 자락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 왔습니다.

아산시 음봉면 이순신 충무공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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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묘에 오니 주변부터 아주 조용했습니다.

광화문 동상처럼 많은 시선을 받지도, 현충사처럼 단체 관광객으로 붐비지도 않죠.

그래서 더 고요했고, 그래서 더 묘했습니다.


1598년, 노량해전.

총탄에 맞아 쓰러지며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그 한마디에는 전쟁터의 피비린내, 혼란, 그리고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한 굳은 의지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전장에서 숨을거둔 영웅의 시신은 관음포에서 고금도를 거쳐, 처가가 있는 아산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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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까지 오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길 위에는 나라의 패전, 백성의 절망, 그리고 영웅을 잃은 깊은 공허함이 함께 묻어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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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둥근 봉분, 부인 상주 방씨와의 합장묘.

앞에는 묘비와 상석, 양옆의 망주석이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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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비각 안에는 정조가 직접 하사한 어제신도비가 서 있고, 입구에는 순국 4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석비가 자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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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속 문장들이, 여기서는 차가운 돌과 부드러운 흙이 되어 서 있습니다.


이곳은 한때 사라질 뻔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묘소의 위토가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신문 한 줄 기사에 전국에서 성금이 모였습니다.

단 한 달 만에 빚을 모두 갚았고, 남은 돈은 현충사 복원에 쓰였습니다.

영웅의 발자취는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움직이며 지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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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람이 봉분을 스쳤습니다.


여기 누운 이는 우리가 ‘성웅’이라 부르는 사람이며, 그 이전에 한 명의 ‘인간’입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전장을 떠나지 못한 사람.

이름이 아니라, 삶이 남아 있는 자리입니다.


아산에 온다면 현충사만 보고 가기엔 아쉽습니다.


이곳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장군의 마지막이자, 영웅의 이야기가 끝나고 인간 이순신의 시간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그곳에 가서 한번 서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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