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의 바티칸 에치미아진 대성당을 다녀와서
예레반에서 남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도시 에치미아진에는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에치미아진 대성당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여기고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이곳은 심오한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성당에서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보물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아침부터 걸음을 재촉했다.
대성당 입구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성당 부지 안쪽을 돌아보며 아르메니아의 기독교의 역사가 이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대성당 중앙건물은 보수 공사 중이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롱기누스의 창을 볼 수 없을까 봐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성당 관계자는 대성당 박물관에 롱기누스의 창을 포함한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박물관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나는 전설적인 롱기누스의 창을 직접 보았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창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동안 옆구리를 찌른 창이라고 했다. 로마병사 롱기누스가 이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찌르자 롱기누스의 눈이 멀어버렸다. 예수의 피를 눈에 바르니 시력이 회복되었고 기적에 감명받은 롱기누스는 기독교인이 되어 기독교를 전파하다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지금은 낡고 녹슨 창의 끝부분만 남았지만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다른 유물인 노아의 십자가가 있었다. 이 십자가는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이후 아라라트 산 정상에 도착했고 그때 배에 달아놓은 십자가라고 했다. 이 두 유물 모두 기독교 교회의 역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을 대변해 주는 것이다.
비록 들어오기 대성당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여전했지만, 이 유명한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르메니아 문화에 뿌리내린 심오한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에치미아진 대성당은 아르메니아의 풍부한 종교적 유산 중에서도 핵심이다. 이곳은 아르메니아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한 301년경 에 지어졌다. 이 대성당은 수세기에 걸쳐 파괴와 복원을 견디며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에치미아진 대성당은 역사적 유물일 뿐만 아니라 현재 아르메니아 기독교의 중심지이다. 지금 이곳은 관광지이지만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중심이다. 그래서 교회의 행정 시설도 이곳에 있다.
그리고 에치미아진 대성당은 전 세계 아르메니아인, 특히 아르메니아 대량 학살과 같은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에 흩어진 사람들의 마음속에 특별하게 남아있다. 이곳은 희망의 등대이자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기독교의 뿌리를 찾는 수많은 순례자들을 부르고 있다.
대성당과 박물관을 보고 나는 이 신성한 장소에 스며드는 신앙, 역사, 아르메니아인의 저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대성당의 건물, 롱기누스의 창 그리고 노아의 십자가와의 만남은 내 마음속에 큰 감명을 주었다. 그것은 진리와 종교적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고대 유물이자 신앙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의 증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