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목소리, 현대의 귀로 : 고부스탄 암각화 유적지
지구의 나이는 대략 45억 년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인간의 역사는 30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많은 시간들이 흐르면서 지구는 변화의 연속이었는데, 그 가운데 인류의 존재는 미미한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이 찰나의 순간 중에서도 대부분의 인간 역사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는 우주의 무한한 시간 속에서 작은 존재일지라도, 그 작은 존재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호기심과 탐구의 마음으로, 아직 많은 비밀이 숨겨진 아제르바이잔의 고부스탄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바쿠에서 남쪽으로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64km만큼 떨어진 곳에 고부스탄이 자리 잡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그저 평범한 야산처럼 보였던 그곳은 내 안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연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는 생각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고부스탄 지역의 깊은 역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선사시대 인간과 동물들의 유적, 특히 암각화에 대한 설명이 나를 사로잡았다. 각각의 전시물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상상력을 엿보게 해 주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이 더욱 커져갔다.
박물관을 나와 암각화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져갔다. 도착해서 바라본 그림들 사이에서 나는 그 당시의 생활상과 문화를 상상하며 감탄하였다. 몇몇 그림은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직 해독되지 않은 그림들은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같이 이곳을 찾은 각국의 여행자들은 서로 자신이 추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대의 카스피해 연안이 고부스탄 지역까지 이어졌던 환경을 떠올려보니 신기했다. 그때의 인간들이 바라보았던 풍경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과거에는 카스피해가 이곳의 암각화 지역에까지 이르렀지만, 지금은 그 물결이 고부스탄에서 4km나 더 멀리 후퇴해 있다. 이러한 지형의 변화는 자연의 힘, 인간의 활동과 그리고 기후 변화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일어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문화와 삶을 지속해 왔으며, 그들의 삶의 흔적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고부스탄을 걸으며 내 안에서 물결치던 감정들은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여정은, 고대 인류의 삶과 문화에 접하며 감동과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에너지와 교감하며, 나의 상상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들이 남긴 흔적들, 그림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시간을 건너뛴 듯 나에게 전해졌다.
고부스탄에서의 탐방은 인류의 미지의 역사와 나 자신의 내면과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