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서 전업으로-1
2021년 12월 15일 이후 전업맘이 되었다.
워킹맘으로 지내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고 그 명목으로 내 개인생활도 누렸었다. 아이와 긴 시간 떨어져 지내면서 단지 출퇴근하는 시간과 점심시간 1시간이 전부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참 감사했구나 싶다.
전업으로 결정하게 된 계기도 아이가 연장반까지 가면서 조금은 힘들어했고, 신랑도 출퇴근 거리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여서 힘들어했다. 그래서 주거공간을 신랑 회사 쪽으로 옮겨 이사를 하느라 전업맘이 되었다.
연차 내고 쉬는 날 집에서 아이를 일찍 하원 시켜 보내던 때를 떠올려 열심히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보름쯤 지났을까.. 매일 연차 냈던 열정으로 보내기엔 너무 벅찼다. 일단 경제적인 부분도 반토막이 났었고, 뭐든 절약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아이와의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다. 물론 돈을 들여야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편하지 않은 부분은 조금 있다.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웠다.
워킹맘으로 보내던 시절.. 내 시간이 없고 종종거렸을 때 늘 생각했던 여유로운 생활을 실천해보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뭔가의 결과물과 늘 마주해야 했던 일상들이 당연해져.. 결과물이 없는 여유로운 시간은 익숙지 않았다. 아침에 아이를 전쟁하듯 등원하는 일보다는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인데 왜 똑같이 종종거릴까..
아이를 보내 놓고 차분히 내 아침을 챙기면 좋은데 왜 급하게 대충 때우고 말았을까..
마트 가서 장보고 저녁 메뉴 정하고 재료들을 어찌 써야 3일을 뭉갤까.. 고민하고..
이것 또한 보름쯤 지났을까.. 종종거리는 나를 보고..
하루는 아이 등원시켜놓고,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 뭐 있지? 노래를 틀었다. 늘 아이한테 들려주고 불러줬던 노래만 흥얼거리다 내 학창 시절 신랑과 연애시절 들었던 노래들을 들으니.. 아.. 내가 그때 그랬지.. 아 나 그런 시잘도 있었지? 하는 생각에..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계획은..
1. 이무도 나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나를 잃어버렸다고 하지 말자.
적어도 그건 내가 나를 지켜주자.
2. 경제적인 부분이 반토막 났다고 해서 걱정만 끌어안고 있지 말자. 쪼개서 쓰다 보면 흐름이 잡혀 알뜰해질 수 있다고 믿자.
3. 아이를 최고로 키우려는 마음보다는 최선을 다해 내 도리만 하자. 너무 욕심내지 말자.
4. 뭐든 다 잘하려 최고를 꿈꾸지 말고 순간순간, 소소한 일상에 최선을 다하자. 특별한 걸 바라지 말고 그저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자.
대략 이렇게 마음을 먹고 지낸 한 달..
마음의 방향이 달라지고 난 후, 종종거리던 나와, 결과물이 있어야 성취감을 느꼈던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루하루 아이 등원과 나의 시간들. 세 가족이 만나는 오후 시간, 그냥 하루하루 소소함이 평범함이 감사했고,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좀 줄여가게 되었다. 이 답을 찾을 수 없었는데.. 요즘은 나 오늘 아이 등원 여유 있게 차분하게 잘했고, 나를 위한 아침과 여유로운 커피 한잔과 음악.
신랑 퇴근시간 맞춰 맛있는 저녁식사.
잘 먹었다와 오늘도 잘 지나갔다의 안도감이 들었다. ( 오늘도 잘 보냈다의 안도감은 신랑이 해주는 말이었다. 저녁 맛있게 먹었다고 얘기해주고 고생했다고 다독여주고 서로의 이런 표현은 너무 좋았고 그저 평범한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
가끔 나 요즘 뭐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또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땐 지금의 계획과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재정비해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게, 안주하지 않고 공부하며 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나에게 이런 질문들이 나 스스로 하는 진단 같은 거라 여기며 전업맘이 그저 집에 있는 엄마, 아내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
#워킹맘 #전업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