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내가 꿈꾸던 엄마의 모습 : 어린시절 그리워했던 엄마의 모습
나는 어릴 적부터 따뜻한 눈빛과 다정한 말, 이유없는 포옹을 그리워했다. 무엇을 잘했을 때가 아니라,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3남매라는 이유로 엄마의 사랑은 늘 언제나 분주했고 바빴다.
내 차례까지 오는데는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맏이라는 이유로 동생들의 제2의 부모가 되어야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니가 참아야지.' '착하지? 엄마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더 있어?'라는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랑의 다른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하시면, 난 늘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있었다. 아이였던 나는 그저, 이유없이 안아주고 바라봐주는 엄마가 필요했다. 조건 없는 사랑, 아무말 없이 등을 토닥여 주는 다정한 손길. 한번씩 부리는 내 투정을 받아주는 엄마.
어릴적, 부모님은 가끔 밤에 모임을 가셨다. 하지만 나와 내 밑에 동생이 잠이들때였고, 막내동생은 어리다는 이유로 데리고 다니셨다. 나는 너무 두려웠고, 무서웠다.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고 버려진 느낌이었다. 매번 울면서 동생을 깨웠고, 문을 열고 나가 엄마아빠가 오시는 방향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러면 어김 없이 엄마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보일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반복됐고, 내 여동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며 날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더 혼자인 느낌이고, 버려진 느낌이었다. 나는 나를 안고 미안하다고 엄마가 가 다시는 무섭지 않게 너희만 두지 않겠다고 얘기해주고 날 달래주길 바랬다.
그냥 어린 나를 좀 안아줬으면, 그 마음을 좀 어루만져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마음 안에 구멍이 하나 있다고 느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늘 허전하고 외로운 그 빈자리가
나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 의심하게 했다.
그 구멍을 처음으로 따뜻하게 감싸준 사람은, 우리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내가 뭘 잘해서 사랑해주는 분이 아니었다.
그냥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분이셨다.
“나는 네가 제일 좋아.”
“우리 ○○이는 그냥 있어도 예뻐.”
“너밖에 없어, 진짜.”
그 말들에 나는 처음으로 마음이 놓였다.
할머니 품에 안기면, 세상에 나 혼자뿐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 사랑 덕분에 나는 내가 부족하지 않다는 걸,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조금씩 믿게 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할머니의 그 조건 없는 사랑이
내 마음의 구멍을 메워준 첫 번째 따뜻한 손길이었다.
이제 나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랑을
내 아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고 싶다.
완벽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조건 없이 안아줄 수 있는 엄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릴 적 내 안에 생긴 마음의 구멍은
할머니의 사랑으로 천천히 메워졌고,
그 따뜻함은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사랑을 다시 이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갖고 싶었던 엄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