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나의 어머니, 나의 거울 : 엄마에게 배운 것과 다르게 하고 싶은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 많다.
성실함, 책임감, 무언가를 정성껏 해내는 자세.
엄마는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를 위해 애쓰셨다.
그건 분명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어떤 모양이든, 엄마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것도 있다.
어릴 적, 엄마가 내게 해준 말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건 “버릇없이 굴지 마라”였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는 분명했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에도 엄마는 쉽게 ‘버릇없다’는 말을 꺼냈다. 그 말이 나를 조심스러운 아이로 만들었다.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눈치를 보게 됐고, 기분을 표현하기보단 감추는 법을 먼저 배웠다. 감정보다 행동이 먼저 단속됐고, 마음은 자주 뒷전으로 밀려났다.
나는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울어도 되고, 화를 내도 괜찮고, 짜증이 나도 그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마주한 내가, “왜 그랬어?”라고 묻고, “그래서 마음은 어땠어?”라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진 않았다.
내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해줄 수 있는 건 해줬던 것 같다. 그건 ‘믿음’ 일 수도 있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무관심’처럼 느껴졌다. ‘그냥 하게 두는 것’과 ‘관심을 갖고 함께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더 관심받고 싶었다. 내가 왜 그러는지, 어떤 마음인지, 그걸 엄마가 알아봐 주길 바랐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 아이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래, 그거 왜 하고 싶어?”라고 물어볼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단지 허락하거나 금지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는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지치면 쉬고, 짜증 나면 드러냈고, 그 감정 앞에서 아이들의 기분은 쉽게 밀려났다.
그게 엄마의 한계였고, 동시에 엄마의 방식이었다. 나는 내 감정보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피곤하더라도, 아이의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을 먼저 볼 수 있는 엄마.
‘내가 힘드니까 너도 참아야 해’가 아니라, ‘엄마도 힘들지만, 널 돌보는 건 더 중요한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엄마. 나는 엄마의 삶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해 위에, 내 아이와 나만의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엄마가 내게 주었던 방식이 있었기에, 나는 그 반대 방향을 선택할 수 있었고 그 선택이 결국, 엄마에게 배운 또 하나의 중요한 가르침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