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갖고 싶은 엄마이고 싶었다.

제6장 나를 돌보는 엄마 되기 : 자기 돌봄의 필요성

by 선영

아이를 돌보다가, 나를 잃어버렸어요. 아이를 낳고부터 내 하루는 전부 ‘누군가’로 채워졌어요. 기저귀, 젖병, 이유식, 병원 예약, 옷 사이즈 확인, 남편출근, 가족식사…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정작 나 자신의 이름은 한 번도 불러보지 않았더라고요.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봤어요. 초췌한 얼굴, 화장기 없는 눈, 늘어진 옷. 저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엄마’는 있는데, ‘나는’ 없더라고요.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챙기지 않더라고요.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애기 먼저지.” “남편도 바쁘잖아.” “엄마는 참고 견뎌야지.” 그렇게 나를 뒤로 미루다 보니, 어느 순간 자존감이 바닥을 쳤어요. 거울을 피했고, 사진도 싫었고, 누군가 “요즘 어때?” 물으면 울컥했어요. 그리고 저는 선택권이 없이 성장했던 과거 때문에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편이에요. “이 옷이 좋을까? 이 색이 더 좋아?” “지금 놀고 싶어? 쉬고 싶어?” 아이의 마음을 묻고, 생각을 존중하려고 애써요. 아이 스스로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내게 물었어요. “엄마는 무슨 색 좋아해?” “엄마는 뭐 할 때 제일 행복해?”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 정말… 생각해 본 · · 적이 없었거든요. 어느새 나는 ‘나’를 제쳐두고 살고 있었더라고요. 그 질문이 며칠 동안 마음에 남았어요.

아이에게 자기 마음을 묻고 싶어 했던 엄마는 정작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무슨 색을 좋아할까? 나는 뭘 하면 웃게 되더라? 그 질문들을 다시 꺼내어 조심스레 나 자신에게 물어봤어요. 그 순간부터 조금씩 ‘나’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어요. 엄마도 한 사람의 ‘나’니까요. 육아를 하다 보면, 하루가 타인의 요구로 가득 차요. 배고프다는 말에, 아프다는 말에, 피곤하다는 말에 내 몸과 마음은 늘 뒷순위로 밀려나죠. 하지만 그럴수록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은 진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잊혀요. 그리고 언젠가 자존감이 툭, 무너지는 날이 오더라고요. 그걸 아이의 질문 하나가 알려줬어요.


나를 돌보는 건, 아이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엄마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아이는 자기 마음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요. 엄마가 좋아하는 걸 할 때 눈이 반짝인다는 걸 아는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쫓는 용기를 배워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나에게 물어보려 해요. “지금 나, 뭐가 먹고 싶지?” “지금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싶지?” “무엇을 하면 내가 살아 있단 기분이 들까?” 작고 사소한 질문이지만, 그 질문들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엄마도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기로 했어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나는 여전히, 단 하나뿐인 나니까요. 오늘도 나는 아이를 돌보며, 조금씩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해요.

그리고 아이에게 대답해주고 싶어요. “엄마는 초록색을 좋아해. 햇빛 좋은 날, 창가에서 커피 마실 때 행복해.” 그 말이, 언젠가 아이의 마음속에 이렇게 남길 바라요. ‘엄마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아끼던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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