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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Sep 06. 2022

부지런한 사용자의 시대

기술은 우리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최근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를 쓰게 되면 집안이 깨끗해지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죠. 로봇청소기의 청소 성능의 발전도 영향이 있겠지만, 로봇청소기의 동선에 걸리적거릴만한 것들은 미리 치우거나 아니면 따라다니면서 치우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동으로 정리가 된다는 거죠. 


 로봇 청소기의 인공지능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센서로 인식하는 것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자동으로 건물 평면도를 인식하여 저장하기도 합니다. 그때 그때 센서가 판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화 하여 반영하는 것이죠.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봇청소기가 다니는 길을 치워줘야 합니다. 로봇청소기가 자신의 판단으로 바닥에 늘어진 물건들을 정리하는 건 아직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전에 '이제 누가 학습의 달인이지?'라는 글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다뤘던 것은 기술의 발전이 정말로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술들은 익숙하거나 숙련되면 편하지만 그렇게 숙련되기까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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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의 예시는 '키오스크'였습니다. 그 외에도 예시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나를 이야기해보자면 '모빌리티'입니다. 자동차는 정말 편리한 운송수단입니다.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와 전동스쿠터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동 킥보드의 조작은 너무도 간단하여 젊은 층에서 쉽게 숙달됩니다. 그래서 보통 생각할 것입니다. 갈수록 '편리한' 이동수단이 나오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편리한 운송수단을 다루기 위해서 우리가 익혀야 하는 수고로움에 대해서 말입니다. 자전거는 간단하면서도 좋은 운송수단이지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스쿠터나 킥보드도 매우 간단하긴 하지만 조작법을 익혀야 합니다. 거기에 일정 이상의 속도로 다니기에 '운전규칙'에 대한 숙지를 필요로 합니다. 목숨이 아깝다면 말이죠. 


 자동차는 더 빠르고 더 무서운 운송수단입니다. 너도 나도 운전이 가능하지만 정말 조금만 삐끗하면 나를 제외한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복잡한 조작과 운행규칙을 필요로 합니다. 기술이 가지고 오는 것은 그렇습니다. 인간 혼자의 몸으로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을 아득히 넘어서게 됩니다.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어느 나라 대통령이 핵미사일 버튼을 누르냐 마냐에서 모든 것이 갈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까지 보다가 '어? 꼭 그렇지는 않은데?' 하는 부분이 있으실 겁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바로 '자율주행'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운전이 가져다주는 짜릿함이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여기서는 일단 예외로 놓겠습니다. 운전을 즐기는 것과 이동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유사 이래로 목적지를 말하면 자동으로 데려다주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도 마차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모빌리티는 직접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기술자'에게 행선지를 이야기하면 데려다주는 형태였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기차나 버스처럼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서 고정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가치를 지불하고 편승하는 형태였습니다.



 목적지를 향해서 이동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언제나 타인의 힘을 빌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자율주행 이전에 '내비게이션'이었습니다. 운전을 대신해줄 수 없다면 길이라도 가르쳐주라는 것이죠. 당연하게도 내비게이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거기다 실시간 통신과 만나게 되면서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인류가 처음부터 원하던 '말만 하면 거기로 데려다주는 기술'입니다. 자율주행이죠. 




 '테슬라'사의 자율주행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완전해 보이던 자율주행이 멈춰있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가끔 사고가 나기도 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사망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율주행을 하지 않고 인간이 직접 운전했을 때 사고의 확률이 더 높을 수 있으나, 그건 말 그대로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사고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에서 '테슬라'와 같은 자율주행을 제공한 회사가 무한책임을 질 것이 아닌 이상 운전자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목적지를 말만 하고 드러누워 잠만 자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종종 그런 경우가 목격되고 있습니다만, 그게 안전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약간 멀리 온 것 같아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어떠한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인간이 사용법을 익히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편리해졌지만, 사용법이 없으면 그저 전화기일 뿐입니다. 심지어 나이 드신 분들은 2G 폰까지는 직관적으로 어떻게든 사용하셨다면 스마트폰은 너무 어려워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막상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있어도 그 기능의 대부분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뜨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좋은 스마트폰을 사놓고 그 성능을 반에 반도 못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8 코어 16 스레드의 고성능 노트북을 사서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가장 많이 쓰는 용도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용도입니다. 4년 전에 30만 원대에 구매했던 4 코어 8 스레드에 그래픽카드도 없는 아이디어패드로도 충분히 가능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기술은 결국 사용자의 수고로움을 바탕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간단한 기술들을 위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의 제목은 제가 처음에 4차 산업 관련 글을 시작할 때 쓰려고 했던 '매거진'의 제목이었습니다. 이 시대는 사용자의 부지런함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다는 건 인간도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발버둥 쳐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이 모르는 기술'을 알고 있다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그랬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와 같은 기술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거기서 돈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것이 미래 기술이기에 '돈'이 될 것이라 본 것이죠. 그런데 의외로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가 무엇을 위한 기술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 탄생 배경에 있는 '탈중앙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죠. 



 '탈중앙화'는 누군가가 대리로 의사결정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적극적 참여자'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죠. 가상화폐의 생산자로 참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사고팔면서 그들은 마치 '주주'가 되는 것처럼 가상화폐의 가치에 책임으로 묶이게 되는 것입니다. 팔아버리지 않는 한 말이죠. 생산자이자 소비자, 의사결정자까지 모든 주체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것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고, 거기에서 많은 문제를 발견하고 있음에도 '직접 민주주의'로 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로 모든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서 대리로 해주길 원합니다. 모든 일의 결정에 내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 불편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먼저 언급했던 자율주행에서는 사람들이 목적지만 말하면 데려다주는 기술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정상입니다. 인간은 '대신해줄 사람'을 지나서 '대신해줄 AI'를 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AI의 레벨이 높아져서 자기가 스스로 판단하는 부분이 많아지면, 우리의 의견을 간단하게 제시해도 대리로 반영해서 결정해줄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것들이 일전에 다뤘던 '트롤리의 딜레마' 같은 것들입니다. 과연 인간의 생명에 대한 판단까지 인공지능에게 맡겨도 되는가에 대한 부분들이죠. 


https://brunch.co.kr/@8e1c734a3dbc4e2/19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을 전제로 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을 볼 때, 여러 명이 운전했던 자동차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렌터카와 같은 경우는 최악의 매물이고, 그 외에도 운전자가 자주 바뀐 차량은 기본적으로 거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중 하나가 운전자마다 운전하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운전면허를 땄다고 해서 모두 똑같이 자동차를 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 전 운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운전을 했느냐에 따라서 같은 자동차에 같은 연식, 같은 거리를 주행했다 하더라도 자동차의 상태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아예 관심이 없는 차주였다면 엔진오일을 한 번도 안 갈고 주행했다가 차에 엄청나게 무리를 줬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술은 적당히 이용해도 이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아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범위나 정도가 다릅니다. 수동기어가 5단까지 있는 차를 3단까지 밖에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동차의 성능을 반에 반도 못 끌어내고, 거기다 자동차에 무리를 주는 주행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점점 '오토'로 만들어서 컴퓨터에 판단을 넘기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오토로 아무리 많은 것을 넘긴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조작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마세라티나 테슬라, 신형 BMW나 벤츠같은 차량들은 이제 더 이상 에어컨 공조시스템 버튼이나 음향 조작 버튼을 따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기다랗고 거대한 터치형 디스플레이에 모든 것을 집어넣어 버립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터치로 조작을 하거나 그도 불편하면 AI에게 '음성명령'을 통해서 조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죠. 'oo야. 온도 22도로 해줘' 같은 음성 명령으로 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아직은 그게 불편합니다. 그래서 신형 BMW는 웬만한 다른 버튼을 다 없앴지만 볼륨 버튼만큼은 아직도 다이얼 형태로 직관적으로 제공합니다.












 인간은 기로에 서있습니다. AI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많은 것을 점점 AI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치면 최적의 경로를 '몇 가지'로 나눠서 제시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이니 좋은 일이지만 사실 그것조차 불편합니다. 알아서 결정해서 '최적의 경로'로 한 번에 알려주면 더 편할 거라는 이야기죠. 판단과 결정은 의외로 많은 노력을 소모합니다. 판단을 위해서는 정보를 알아야 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결과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도출해보고 나서야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FOMO'(소외 공포증)와 'JOMO'(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성향)를 동시에 추구하게 되는 것처럼, 인간은 결정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싫고 두렵지만 결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술은 이 서로 다른 방향의 두 가지 관점을 향해서 맹렬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기술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확인한 사람은 드뭅니다. 자동차를 사면서 자동차의 모든 기능에 대한 설명과 기술의 근원에 대해서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컴퓨터를 사면서 새로운 부품들이 갖는 모든 특징에 대해서 이해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상화폐를 사고, 자동차를 사고, 컴퓨터를 삽니다. 한정된 지식이나 정보로 그냥 결정합니다. 우리는 모든 결정에 대해서 생략을 원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걸러주기를 원하고, 쇼핑몰에서 우리에게 정렬해서 제시해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결정에서 그들이 '수작질'을 부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합니다. 거대화 된 회사나 권력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자기들 멋대로 결정해버리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쇼핑몰에서 알고리즘을 조작해서 우리에게 이상한 것을 제시하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그래서 편리하기 위한 쇼핑몰 사이트지만 그 사이트를 여럿 비교하고 나서야 구매하게 됩니다. 



 더 편리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들이 더 부지런한 사용자들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게인


커넥티드 인사이드에서는 

4차 산업, 게임, 인문학 그리고 교육에 관해서

가볍거나 무겁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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