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AI가 던진 폭탄일까 아니면 그저 기폭제인 걸까?
AI는 인간을 모방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AI의 학습 방법 역시 인간을 모방해서 만들어집니다. 다만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빠른 연산과 수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정답이 없는 창작의 세계를 학습하면서 AI는 수십 가지 모범적인 정답을 제시받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제시어나 추상적 모습에서 그러한 정답에 이르는 수많은 과정을 '알아서' 학습하게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정답을 전부 지워버리고 추상적 모습이나 키워드에서 정답으로 가는 수많은 과정의 경험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작품'을 내놓게 만듭니다. 대략적으로 설명했기에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게 노벨AI가 활용한 오픈소스 AI인 Stable diffusion의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놀라웠습니다. 물론 무조건 성공하는 '금손'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강제적 창의성 치고는 AI는 조금씩 조정을 해주면 꽤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는 결과물의 원본이 존재하는지 찾아보면 '유사성'은 있을지 몰라도 정확히 똑같은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죠. 물론 여전히 손 표현이 어색하거나 얼굴 전체가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훨씬 발전된 확률로 높은 퀄리티의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이제 입문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문턱을 높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전문가'의 영역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AI에게도 밀려서 진입장벽이 생길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건 비단 그림과 같은 창작의 영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많은 작업에서 인간은 기계에 밀려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이제는 서빙하는 AI 로봇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인간은 그러기 위해서 AI를 개발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누군가는 현업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풍을 유사하게 그린다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합니다. 그들이 애초에 '정답'으로 제시한 일러스트의 대부분이 현업 작가들의 작품들이라는 것을 문제로 삼은 것입니다. 하지만 AI가 인간이라고 친다면 과연 그들의 작품을 보고 그림풍을 연습한 것에 대해서 문제라고 제기할 수 있을까요? 저작권은 그들의 작품을 카피한 경우를 침해로 볼뿐 그림풍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거야 말로 창작의 자유를 막는 길이니까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2008년도에 영국의 BBC에서 지난 1000년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철학자를 물었을 때 25% 이상이 맑스를 뽑았습니다. 그 1000년 안에는 정말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이 많았지만 2위였던 데이비드 흄 보다도 거의 2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죠. 그의 '자본론'은 같은 설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철학 서적으로 꼽혔습니다. 그런 맑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조차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창의성의 결과가 아닙니다. 헤겔의 '변증법'의 영향을 받았고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죠.
창작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전 것들의 영향을 받고 다시 후대에 영향을 줍니다. 창의적인 것은 좋지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전부다 창의적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즉, 창의성 역시 논리성의 위에 있고, 논리는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있어야 성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방식이라는 것이 있어야 그와 다른 신선한 논리성을 '창의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죠.
AI가 창의성을 갖게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서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창의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이 나에게 아무리 새로운 것이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창의적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즉, 이 창의성의 기준에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창의성의 범주에는 '인류의 역사'가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미 한참 유행하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다며 만들어서 창의성을 인정해달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것의 창의성을 인정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창의성의 판단 여부는 개인 혼자서 결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익숙한 논리인가 아닌가'를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한 때 창의적인 작품처럼 받아들였다가 '표절'이 들통나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 AI의 그림풍은 '표절'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특정 작품을 표절하기 위해서 AI를 동원한다면 당연히 표절작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그림풍이자만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로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연출한다면 그것을 표절로 볼 수 있겠냐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하지만 소송으로 가더라도 표절로 판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심지어 AI는 다른 그림풍의 영향을 섞어서 완전히 똑같은 '그림풍'조차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다 이미 몇 개의 국가에서는 AI의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저작권 위반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습용 데이터는 결국 '그대로 카피하는데' 이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획득 방법에 있어서의 불법성'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노벨AI의 이미지 제너레이터가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그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Danbooru'라는 불법적인 데이터가 자주 올라오는 사이트에서 수집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내려받아서 직접적인 상업적 활동을 했다면 불법이 되지만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법적인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노벨AI가 활용한 Stable diffusion은 '오픈소스'의 이미지 합성 확산 확률 모델입니다. 즉,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AI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과연 이걸 지금 아우성을 치고 틀어막는다고 해결이 될까요.
그래서 사실 이번 이슈의 문제점은 AI와 일자리나 AI의 창작성과 창의성 여부가 아닙니다. 사실 창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AI든 다른 기술이든 우리는 기술 자체에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기술은 '주'가 아닙니다. 보조의 의미를 가지고 있죠. 창작에 AI가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는 AI가 작가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AI가 그림을 정말로 그려준다고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노벨AI에서 메인으로 서비스하는 소설을 같이 작성해주는 AI 같은 경우도 소설 전체를 써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개발되고 누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대화를 이어가듯이 내용을 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AI일 뿐입니다. 그래서 참고는 할 수 있죠.
오히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AI가 창작한 작품들의 '저작권'에 있습니다. 그저 몇 가지 단어를 입력한 것으로 저런 결과물을 AI로부터 얻었다면,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한테 있는 걸까요? 단어를 입력한 저에게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만들어낸 AI에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럼 뛰어난 AI만 활용해서 작가로 활동해도 되는 걸까요? 몇 초에 한 장씩 일러스트를 뽑아내고 매번 다른 그림체로 그림을 뽑아내면서 말이죠.
AI 관련 논쟁은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