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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Dec 22. 2022

아바타 2 관람기(스포 x)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는 알겠다...

 몸이 아픈 지금 밖에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 영화를 보기로 했다. 거의 1년여 만에...


 "아바타 2 : 물의 길"을 봐야 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게 극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가 한 가지요, 또 한 가지는 그래도 4차 산업과 콘텐츠가 내 기반인데 최신의 무엇을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짧게, 그리고 나눠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최대한 스포 없이.










 일단 영화로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쉬운 이유는 초반 빌드업의 문제라고 본다. 이야기의 전개를 밀어내는 '당위성'이 약하다는 것은 본 사람 대부분이 느꼈을 것이다. 거기다 18년간 쌓아놓고 묵혀놓은 '설정'을 풀어놓고 싶은 욕망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액션이야 원래도 검증된 영화였고 적어도 후퇴하지 않았으니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픽은... 좋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기술적인 부분에서 좀 다뤄야 될 이유가 있다. 영상적으로 멋있고 좋냐고 한다면 '그런 장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니 거의 대부분을 시각적으로 화려한 느낌이 나도록 채워 넣었다는 게 오히려 맞을 것이다.


 감정을 자극할 요소들이 없는가, 아니면 선악이 너무 단면적인가, 뭐 이런 건 별로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밀고 나가는 당위성이 약해서 그랬을 뿐이다. 이런 거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갖게 되는 의문들이 존재하는데, 그 의문에 대해서 억지로 밀고 가는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좀 보였다. 


 주제가 환경적 요소와 가족애 등이 뒤섞여 있는데, 이게 워낙 '미드'에서 보편화된 요소들이다 보니 그리 특별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그러다 보니 뻔한 캐릭터로 보이거나 전개가 읽히는 장면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영화적인 평가로는 'SO SO'라고 할 수 있다. 그냥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10년만 빨리 나왔으면 훨씬 평가가 좋았을 거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지금 같은 '스킵'의 시대에 각광받기에는 쉽지 않다. 심지어 3D 안경을 쓰고서는.




 기술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HFR이니 HDR이니 다 좋은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에 아쉬웠다. 물론 지금 보여줄 수 있는, 아니 만들 수 있는 기술에서는 최첨단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IMAX 3D 관에서 봤는데, 전국의 IMAX관마다 크기가 좀 다르다. 그래도 나름 IMAX인데 아주 작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작았다.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크린이 큰 곳이 아니면 아쉬움을 느낄만했다. 마스크도 3D 안경을 쓰는데 불안사항이었다. 김서림부터 시작해서 걸리적거리는 탓에 아마 마스크를 벗어놓고 본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였다. 


 그보다는 3D 안경 자체의 문제가 있었다. 물론 열심히 직원들이 닦았겠지만 3D 안경을 통해서 보는 해상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는 3D 안경을 계속 재사용하게 되는 한국의 3D는 더욱 그랬다. 약간 뿌옇거나 긁힘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바꿔달라고 하면 바꿔주지만 우리가 평소에 쓰는 안경 같은 선명함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약간 무거워서 콧등보다 위로 올리면 초점에 살짝살짝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 것은 애초에 현재의 3D안경을 활용한 3D 기술의 한계이기도 하다.


 거기다 시대적으로 VR에 익숙한 시대라는 것도 문제였다. 이젠 거의 VR을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없다. 예전에 3D를 처음 접하던 시대와 지금은 환경 자체가 다르다. 맨 처음에 지적한 스크린 크기의 문제 역시 이와 연관이 있었다. 몰입감을 주기에 지금 시대는 VR처럼 거의 완전하게 시야를 잡아주는 형태에도 익숙한 세대라서 3D안경과 스크린의 갭은 아쉬움을 주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그래픽 기술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저 그 최신의 화면을 전달하기에는 지금의 극장 환경이 최적화 되어있지 않을 뿐이다. 그래픽 자체만 놓고 보면 지금 최신사양으로 나오는 수많은 게임트레일러들과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몰입감이 있어서 뭐가 날아오면 사람들이 움찔움찔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게 3D의 장점이 아닌가. VR 게임이 시야상으로 더 실감 나는 부분이 있겠지만 적어도 저 정도의 화질로 구현하기에는 멀고 멀었으니까.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좋았지만, 일반적인 영화관의 환경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금 2D 관들이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본 이유의 절반 이상이 최신 3D 그래픽을 감상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감상하라고 그런 신을 많이 넣었지만.


 더 깔끔한 3D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완전히 깨끗한 3D 안경에 시야를 꽉 채울 넓은 화면이 있는 그런 곳에서만...



 여담인데 들어갈 때는 분명 멀쩡한 도로를 지나서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겨울왕국이었다. 단 3시간 만에 왕복 16차선 도로가 완전히 눈밭으로 변했다. 그것도 차가 제일 많이 다니는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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