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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인 Feb 24. 2023

AI 소설을 읽는 시대

AI가 나오는 소설이 아니라 AI가 쓴 소설 이야기다.

 AI에 대한 걱정은 '노벨 AI'발 '스테이블 디퓨전'논란을 지나서 chatGPT로 정점을 찍고 있다. 사람들은 수많은 것들을 AI로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 현대 인류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콘텐츠를 찍어내는 속도는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 이전에는 AI가 콘텐츠를 찍어낼 수 없었을까? 아니다. 이전에도 충분히 가능했다. 위에 언급했던 노벨 AI는 이름부터가 원래 소설을 써주는 AI였다. 물론 지금은 chatGPT가 더 어마무시한 성능으로 소설을 써서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 수준에 놀람을 금치 못한다. 








 최근 서구권에서 꽤 유명하던 장르소설 출판사가 소설 공모를 중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점점 공모전에 들어오는 AI소설 또는 표절작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몇 달 사이에 지난 몇 년간 들어온 작품의 수를 엄청나게 상회해 버렸다. 최근 1-2월에 적발한 AI 또는 표절 작품만 이미 500 작품을 넘었다고 한다.


 AI가 썼다고 해서 그걸 가려낼 수 있다고? 완전하지 않아도 우리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AI는 생각보다 아주 완전한 기술은 아니다. AI에게서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창의성이 나올 만큼 질문을 명확하게 하고 가중치 보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부분 AI로 소설을 써서 보내는 사람이 정말로 AI를 '보조' 정도로 썼다면 발각당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I로 전체 얼개를 짠 소설은 읽으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출판사가 공모의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그걸 걸러내기 위해서는 직접 읽으면서 가려내야 하고 사람들이 훨씬 짧은 시간에 고민도 안 하고 내놓은 AI작품을 읽는데 인력을 소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벨 AI발로 그림 AI의 논란에 불이 붙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 DALLE라든가 미드저니 같은 그림 AI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디지털 미술대회에서 AI로 생성한 그림이 입상하게 되면서 논란은 그냥 지나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걱정한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은 대형 콘텐츠뿐 아니라 웹툰이나 웹소설같이 개인이 시작할 수 있는 콘텐츠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종류의 '퀄리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웹소설은 하루에 수만에서 수십만 편의 소설이 하루에 5천 자 이상을 쏟아내고 있다. 웹툰도 모든 사이트를 합치면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웹툰이 매일 올라온다. 




 위의 웹소설 사례에서 보여줬듯이 사람이 하루에 보거나 읽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결국 우리는 수많은 웹툰이나 웹소설 중에서 '골라서' 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비교적 더 나은 작품을 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착각한다.


 그 더 나은 작품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작품을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그런 수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안목을 빌린다. 조회수, 구독수, 선작 등등 기준이 되는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내가 직접 비교하는 시간을 줄인다.


 사실 베스트에 올라오는 것들만 챙겨봐도 시간이 모자라는 게 당연하다. 심지어 사이트마다 베스트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정말 더 그렇다. 그럼 대체 우리를 위해서 그 모든 작품들을, 특히 이름 없는 작품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비교하고 끌어올려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별점과 리뷰 개수를 신뢰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별점과 리뷰에 뒤통수가 얼얼하게 얻어맞고 실망하는 일도 많다. 거기다 그게 기호에 따른 취향이 존재하는 거라면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만일 AI가 엄청난 양의 웹소설을 쏟아낸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실제로 최근에 chatGPT를 유료버전으로 주제와 약간의 방식을 제한하고 5000자 내외의 현대판타지 소설을 써달라고 하자 꽤나 그럴싸한 글을 써서 내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료버전이 아닌 무료버전에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부분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소설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어떻게 할까. 그중에서는 참신한 소재가 있을 수도 있고 유려한 문장이 있을 수도 있다. AI가 창의성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뤘던 주제다. 이미 그림 AI가 대회에 입상하면서 한 번 증명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AI가 매끄러운 책을 써내고 입상할만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봤다. 그럴 수 있다. 조건이 많지만. 결국 AI 역시 매번 좋은 퀄리티를 내놓기는 힘들다. 그리고 그런 퀄리티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것에는 꽤나 복잡한 조건이 붙어있다. 


 예를 들어 웹소설을 AI로 쓰고 싶을 때, 대충 제시해도 AI가 뭔가 그럴 듯 해보이는 글을 써 주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그 글을 읽으면서 '재밌다'라고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거다. 웹소설 쓰는 사람들이 늘 강조하는 숨 가쁜 전개와 잦은 클라이맥스를 AI가 과연 구현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아주 섬세하게 주문한다면. 그런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제약을 많이 걸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제약을 걸면 걸수록 AI의 창의성은 제한된다. 결국 그 주문을 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포기하고 내놓는다고 해도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핵심은 그 AI가 대충 써서 내놓은 소설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독자의 수준이 떨어질 것인가에 있다. 진짜 공들여서 질문을 복잡하게 해서 내놓은 AI 소설은 거의 직접 쓰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수준에 가까울 것이다. 디테일을 다 설정해 줘야 할 테니까. 우리는 이미 교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 교정기술도 일종의 AI다.


 지금의 웹소설은 빠르고 즉발적인 재미를 요구한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재미가 없고, 자주 재미가 없다면 팔리지 않는다. 독자의 '취향'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노골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웹소설 작가들은 대놓고 클리셰를 써야 성공한다고 말한다. 


 좋다. 

 그 부분이야말로 AI가 자신 있는 부분이다. 클리셰에 새로운 소재를 몇 개 첨가해서 비슷한 소설을 써달라고 하면 제일 좋아할 것이 AI다. 그리고 지금 독자들은 그런 AI가 찍어내는 것 같은 소설을 주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본인들은 아니라고 반박하겠지만 필력들은 제쳐두고서라도 소재나 전개 등은 그렇게 가고 있다.








 저번 AI는 음악을 지배할 수 없다는 글에서도 했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 줄 수밖에 없다. AI가 만약 정말로 콘텐츠 업계를 지배한다면, 그건 AI가 발달했다기보다 콘텐츠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제 그렇듯 금방 적응해 버린다. AI 콘텐츠가 넘치면 그걸 거부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찾는 기조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게 메인이 되면 다시 그걸 구현하기 위한 AI가 연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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