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선으로부터 - 시선으로부터 받은 하와이 선물

일상 속 독후감 쓰기: 시선으로부터

by 신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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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동영상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걸 보고 별생각 없이 사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심시선 가계도'로 시작하는데 가계도만 봐도 심상치 않음이 느껴지면서 과연 심시선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 재미를 느꼈다.


1. 심시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상상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알아가는 재미.

2. 심시선을 통해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가족들을 보며 힐링하는 재미.


소설은 심시선이 생전에 남긴 여러 흔적들을 조각조각 나열하면서 서서히 심시선이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한다. 그녀가 방송이나 기사 인터뷰에서 한 말들, 가족들이 기억하는 그녀와의 에피소드들, 실제로 그녀가 겪었던 그녀의 이야기들이 책에서 모두 소개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그녀에 대해 잘 모르겠다. 절대 평탄치 못했던 그녀의 인생 덕분인지 가끔은 '저 시대에 어떻게 사고가 저렇게 깨어있을 수가 있지?'라는 감탄도 들지만 동시에 만약 내가 지금 현실세계에서 그녀의 방송/기사 인터뷰를 봤다면, '너무 어그로 끄는 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너무 거침없이 적나라하게 말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고, 유쾌하고 의리 있는 친구 같으면서도 본인의 철학과 방식을 고집하는 꼰대 같기도 하고, 엄청 쿨하고 단단한 사람 같으면서도 뭔가 마음속 깊은 곳에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어서 늘 잠들기 전에 속앓이 할 것 같고,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는 너무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심시선의 10주기를 맞이한 하와이 제사는 콘셉트 자체만으로도 참 재밌다. 오랜만에 심시선 여사를 추모하며 다시금 우리한테 되새기기 위해서 다 같이 간 제사여행인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여행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심시선을 추모한다는 단결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개인의 추억과 취향/스타일을 존중하여 각자 원하는 여행을 하는 게 굉장히 심시선 같달까. 가족들은 심시선을 마음속에 품은 채 제각기 하와이 구석구석을 누비는데 나도 덩달아 하와이를 같이 여행하면서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하와이여행, #힐링' 치면 나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들과는 다른 차원의 힐링 같았다.


이 책을 읽은 후엔 마치 심시선이 실존 인물인 것처럼 내 머릿속에 심시선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올블랙에 은태 안경을 끼고 눈매는 날카롭지만 눈가가 항상 촉촉할 것 같은 할머니의 이미지다. 보통 제사라고 하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고인에게 바치는 선물 같은 느낌인데 심시선의 10주기 제사는 고인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준 선물 같은 느낌이다. 나중이겠지만 내가 없어져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선물을 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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