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감상문 쓰기: 영화 Barbie
나는 일단 핑크색을 싫어한다. 핫핑크는 더 싫다. 어렸을 때 바비인형을 갖고 논 기억도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영화 바비는 예고편 공개됐을 때부터 보고 싶었다. 처음엔 실사판 바비인형을 그려낸 게 시각적으로 끌렸던 것 같고 나중엔 바비인형을 가지고 어떤 서사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서 보고 싶어진 것 같다.
평범한 화요일 저녁, 퇴근하고 나서 Aqua - Barbie Girl 노래를 들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영화관 가서 바비를 관람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마고로비는 너무 예뻤고 시각적으로 즐겁고 유쾌한 영화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바비인형 이야기답게 영화의 모든 요소를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도 재밌었다. 자칫 주인공인 바비에게만 치우쳐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메시지가 약해질 수도 있었지만, 켄이라는 캐릭터를 이용해서 균형을 잘 유지했다. 페미니즘을 넘어 개인 고유의 완전성, 독립성, 존엄성에 대한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고, 늘 진지한 메시지를 하다가도 꼭 유머러스하게 마무리하는 그 위트가 참 좋았다.
영화 바비를 보면서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은 채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페미니즘이 무겁고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와는 관계없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화 주제로도 기피하고 싶은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올바른 취지의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이고 앞으로 살면서 계속 듣게 될 단어인데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기보단 고개가 끄덕여지는 단어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