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아빠는 50이 넘어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by 타자 치는 컴돌이



아빠는 피아노를 좋아한다. 정말 많이 좋아했다.

음악을 사랑했던 아빠 덕분에, 집에는 아빠가 중학생 때부터 모아 오던 LP판과 CD가 가득하다. 무려 30,40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 음악의 지층이었다. 그중에는 더 이상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도 많고, 몇몇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도 있다. 그것들은 피아노 또는 피아노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가 다수를 차지한다.


아빠는 굉장히 바쁜 삶을 살아왔다. 과거에도 그랬고, 사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아빠는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또 다른 것들을 하느라 바빴다.

때문에, 아빠는 피아노를 굉장히 좋아했음에도,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아빠의 소원 중 하나는 본인이 좋아하는 곡을 자신의 손으로 쳐 보는 것이었다. 죽기 전에 해 보고 싶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랬던 아빠는 나이 50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아빠는 화요일마다 피아노 레슨을 받고 오신다. 이미 늙어버린 손과 닳아버린 감각을 가지고도 어떻게든 피아노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 가지고 노력한다.


아빠는 일이 많다. 정말 많다. 그래서 아빠가 퇴근하고 올 때면 10시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종종 11시, 12시를 넘겨서 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늦게 지친 몸을 끌고 와서도, 거의 매일매일 하는 하나가 바로 피아노 연습이다. 내가 아빠보다 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에, 나는 종종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빠가 피아노 헤드폰을 쓰고 건반을 치고 있는 그런 모습을.


뭔가, 나이 50이 넘고 몸도 안 좋은데, 어떻게든 가장 좋아하는 꿈 하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한테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받는다.



어제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피아노보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아빠 건강이 많이 안 좋다고.

아빠는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 한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조금 걷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게 시간이 없다고 해도 피아노를 놓지는 않는다.


그러면 엄마는 또 그런다. 시간이 없다면서 피아노는 한다고.

그렇다고 엄마가 하지 말라는 말은 안 한다.



나는 어색하고 엉성하게 건반을 누르는 아빠의 노력과 모습에 응원을 보내는 입장이다.

늦게서라도 꿈을 성취하기 위해 도전하고 시간을 내고 노력하는 모습에 나는 존경을 보낸다.


사실 내가 보내는 존경은 '멋'이나 '노력'에 보내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빠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랑했던 것을 놓지 않는다'라는 점이었다.


나중에 공부가 끝나면,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서 미루고 미루던 피아노를 아빠는 50이 넘어서 시작했다. 아빠는 '뭐든 할 수 있는 여유는 앞으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언젠가 오기를 바라던 기회를 직접 시간 내어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보내는 그 존경은 치기 어린 나이에 보내는 미약한 마음일 수도 있다.

나중에 지금을 되돌아보면, '아빠는 그때 피아노가 아니라 운동을 했어야 했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진실로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지금의 아빠에게 응원을 보내기로 했다.


아빠는 해야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먼저 하기로 했다.

나는 아빠의 선택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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