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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용 Apr 29. 2024

[홍시생각 10] 연합뉴스 '괴담'이 떠돈다

연합 1대주주 무력화 → 1대주주 자진해산 → 사영(私營)매체로 전환?

며칠 전, 나로서는 생각도 못했던, 생각할 수도 없었던, 기막힌 얘기를 들었다. 

윤석열 정권의 '공영매체 죽이기'가 이제 연합뉴스를 상대로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윤 정권이 지난해 정부 구독료 300여억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고, 공영매체 죽이기라는 오래 전부터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올해에는 연합뉴스를 근본적으로 손본다는 것이다.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는 이미 손을 본 터이다. 


연합뉴스는 오는 7월 제 1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개편을 앞두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는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사장 추천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사장을 선임하지만, 진흥회 추천 인사를 사장으로 확정하곤 해왔다. 


그런데, 제1대주주가 사기업체라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해보지 못했기에 어리벙벙해진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1대주주 아닌가.  

공영매체를 사영매체로 전환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이다. 


연합뉴스가 주식회사라는 사실을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엄연히 법적으로 주식회사이다. 

뉴스통신진흥회가 1대주주로서 30.77%, 한국방송공사(KBS)가 27.77%, 문화방송(MBC)이 22.30%, 그 외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신문사 주주가 19.16%를 각각 갖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2003년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을 제정할 때 새로이 만들어진 기구이다. 지난 1980년 전두환 일당이 언론사 강제통폐합을 할 당시에는 두산(합동통신)과 쌍용(동양통신)도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전두환 일당은 곧 이 지분을 KBS와 MBC에 추가로 넘겨버렸다. 강제통폐합도 부당하지만, 또 다시 부당하게 가져간 지분은 내놓아야 될 것 아니냐고 설득한 끝에 30.77%를 환수했다. 이 지분 소유자로 '뉴스통신진흥회'라는 특수법인을 만들었다. MBC의 방송문화진흥회와 유사하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이사장 포함 모두 7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이사 추천은 정부 측에서 2명, 신문협회에서 1명, 방송협회에서 1명, 국회의장 1명, 여야 각 1명이다. 정부와 신문, 방송사가 연합뉴스의 주요 고객이며 국회는 뉴스통신진흥법을 제정한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특히 정부는 연합의 '고객 중의 고객'이다. 다른 어떤 고객보다 구독료를 많이 낸다. 그래서 정부측 이사 추천 몫이 2명이고 이 중에서 이사장이 호선되곤 한다. 

그런데 정부 쪽에서는 왜 이렇게 구독료가 비싸냐고 불만을 제기한다. 지난해에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대폭 삭감했을 것이다.  


정부 구독료 책정은 '정책적'으로 이뤄진다. 

기사 건당 구독료 책정이나 기사 이용 건수 파악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책정한다는 것은, 연합뉴스가 법에 따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활동하도록 돼 있는 점,  정부로서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활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할 책임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부 구독료를 책정한다는 뜻이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부 구독료 책정 방식으로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당시 합의봤었다.  


정부가 내는 돈은 구독료이다. 정부 기관에서 신문을 구독하면 구독료를 내듯이 연합뉴스 기사를 구독하면 구독료를 내는 게 당연하다. 법에도 '구독료'로 규정해 놓았다. 그런데도 한사코 정부 '지원'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다. 정부쪽 사람들이야 그럴수도 있다고 치지만, 언론계에서조차 '지원'이라는 말을 쓰는 데에는 이해 난망이다. 연합은 정부 돈을 지원 받으니까 정부 편, 정권 편을 들라는 것인가, 정권 편을 드는 게 당연하다는 것인가. 정부 돈이라는 게 국민의 혈세이며, 그 혈세를 국민의 정보복지와 국익 증진에 쓰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액수가 왜 그리 많냐는 데 대해선 앞서 얘기했다. 거듭 말하지만 그건 '정책적' 고려 사항이다. 

 

당국의 관계자 가운데는 연합뉴스 기사가 일반 국민들에게  모두 제공되는데 왜 정부에서 구독료를 내야 하느냐고 따지는 경우를 봤다. 이런 생각은 정부, 공무원의 정보 독점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만이 알아야 한다거나, 정부가 일반 국민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은 관(官)이 민(民)보다 상위에 있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 내외통신이 전형적 사례이다. 북쪽의 언론매체가 보도한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공개 정보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부 당국만이 알아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정보기관의 산하 기구인 내외통신을 통해 통제했었다.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권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일반 언론사가 북쪽의 언론매체 보도를 인용 보도할 수 있었다. 내외통신은 1999년 1월 연합뉴스에 흡수됐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은 북쪽 언론매체의 보도로써 외부에 알려졌다. 김 주석의 경우에는 KBS가 특수자료취급지침을 무시하고 보도를 강행함으로써, 김 위원장 경우는 북쪽 매체를 인용해 남쪽 언론매체가 긴급 타전함으로써 남측 당국도 비로소 알게됐다. 

그렇다면 이 기사 가치는 금액으로 얼마나 될까. 

이같은 중대사실을 정부 당국만이 알게 하거나, 정부 당국이 일반 국민보다 먼저 알게 한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또 이른바 정보시대에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인가.  

정부 구독료 책정이 정책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 정부 당국의 정보 독점욕이 가당찮다는 점을 거듭 확인해주는 사례이다. 


정부 구독료가 연합뉴스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그런데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폭 삭감해버렸다. 올해 적자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게 된 주 원인이다. 불똥은 뉴스통신진흥회로도 튀었다.  연합뉴스측에서 진흥기금 출연을 한 푼도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뉴스통신진흥회 운영이 가능할지가 의문시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1대주주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연합뉴스 민영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민영화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연합뉴스는 주식회사로서 이미 민영화돼 있다. 그런데 무엇을 더해야 민영화가 된다는 걸까. 


그 무슨 시나리오에 따르면, 운영비도 없는 제1대주주 뉴스통신진흥회를 자진 해산하고, 그 지분을 사기업체, 사인(私人)에게 넘긴다는 것인데, 이는 엄밀히 말해 사영화(私營化)이다. 사주의 손아귀에 연합뉴스가 장악된다는 것이고, 이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안 되는' 분야에도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외국어 뉴스 발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인, 사기업체가 연합을 경영한다면 과연 이런 기능 수행이 가능할까. 


연합뉴스를 사영화하겠다는 시나리오가 이미 짜여져 있다면, 그런 말이 내 귀에 들릴 정도라면 연합뉴스 안팎에 꽤나 퍼졌을 것이다. 

당연히 거센 성토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괴담'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어서일까.

참으로 이해 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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