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 수 없는 이유
난 격투기를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을 좋아한다.
불혹이 지났지만 아직도 스파링의 욕구가 샘솟곤 한다. 3년 전 체육관을 폐업할 때, 마지막 수업에 전 수련생과 스파링을 했었다. 무엇 하나 기약 없을 고마운 이들을 그렇게 내 몸에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일본의 입식격투기 k1과 종합격투기 프라이드를 참 열심히 봤었다. 개인적으로 더 개방된 룰을 통해 다양한 무기를 쓸 수 있는 mma를 좋아한다. 12월이 되면 프라이드 남제를 (남자의 축제) 보기 위해 술과 안주를 챙겨 친구네 집으로 삼삼오오 모이곤 했었다. 반달레이 실바 vs 크로캅, 효도르 vs 크로캅 등의 시합은 아직도 심장을 뛰게 한다. 마크헌트의 엉덩이 파운딩도 신선했고. 아, 고미 다카노리의 호쾌한 타격도 최고의 술안주였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흐른다. k1과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ufc가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가 된 지 오래다. 일본 단체의 몰락이 내 관람 열정도 앗아간 것인지, ufc는 프라이드처럼 열심히 봐지지는 않는다. (아마 나이가 들며 관심도가 줄어든 것 같다.)
다니엘 코미어, 존존스, 조제알도, 케인 등의 굵직한 메인이벤트만 보던 ufc.
그러다 오늘 토푸리아 vs 찰스 올리베이라의 시합을 보게 됐다. 볼카와 할로웨이를 펀치 ko로 잡아낸 토푸리아는 찰스 올리베이라까지 라이트 훅에 의한 ko를 만들어냈다. 정말이지 언빌리버블~ 한 선수다!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많은 관중들이 열광하는 ko.
피 튀기고 부러지고 쓰러지고... 프로 격투스포츠의 숙명이겠지만... 한때 시합을 뛰어봤던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감내해야 할 건강에 대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통 ko는 강한 공격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인지하지 못한 공격을 당했을 때 더 발생한다. 알고 맞으면 강한 펀치와 킥을 견디는 경우가 많다. 모르고 맞았을 때, 우리의 신체는 대응하지 못하고 그 충격을 모조리 흡수한다. 맞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2차 충격, 확인사살용 파운딩에 3차 충격까지... 파이트머니의 많고 적음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물론, 격투기 선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각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되고 안쓰럽다. 그래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는 것은 즐겁지만 ko, tko, 부상에 의한 레프리 스탑 등의 결과는 썩 즐겁지가 않다. (이런 결과로 승리한 선수 또한 공격했던 자신의 신체가 손상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이가 들긴 했나 보다. 어릴 적 누구보다 풀컨택 스파링을 사랑했던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니. 그런 면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브런치가 참 마음에 든다. 세계 곳곳에 전쟁의 흔적이 늘고 있다. 욕심 좀 내려놓고 제발 평화롭게 살아가자. 상대를 쓰러뜨리다 보면 자신의 주먹과 마음도 끝내 부서지기 마련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