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늘 말문이 막혔다. 타인에게는 너그러웠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하며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달랐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다그쳤고, 타인에게 베풀던 자비는 내 앞에서만큼은 온데간데없었다. 지친 말에게도 채찍을 들었다. 더 빨리, 더 잘, 더 완벽하게. 그게 스스로에게 해온 말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부모님도, 학교도, 군대도 그 누구도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법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러니 몰랐던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자책할 일이 아니었다. 그냥 배우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부터 배우기로 했다. 채찍 대신 이해를, 냉혹함 대신 따뜻함을 나 자신에게 건네기로. 흔들리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아직 채울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부족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도 실수를 했다. 흔들렸고, 후회했고,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그래도 하루를 버텨냈다. 결국 오늘을 지나 내일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칭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수고했다고, 잘 살아냈다고.
빠르게 달려가려고만 하면, 그 속도 속에서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나 자신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느리게 가는 대신 나를 볼 수 있다면, 그 느림은 결코 약점이 아니다. 어쩌면 느리게 사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어색하지만, 오늘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