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by jooni

쓰지 않은 날은 조용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서툰 문장에 실망할 일도, 부족한 내 모습에 움츠러들 일도 없다. 그래서 쓰지 않는 하루는 편안하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하지만 그 편안함이 이틀, 사흘, 한 주로 이어지면, 편안함은 어느새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불안. 그리고 자기 의심으로

쓰지 않으면 실패도 없지만,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당연한 말인데, 이 당연함을 오래도록 외면했다. 내일 쓰면 되지. 다음 주에 시작하면 되지. 그렇게 미루는 동안 잃어버리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다. 오늘 느낀 감정, 오늘 스친 생각, 오늘의 나만이 쓸 수 있었던 문장. 그것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문장을 대신 써 줄 수는 없다. 오늘의 문장은 오늘의 나만이 쓸 수 있고, 쓰지 않으면 영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다. 쓰지 않겠다는 선택. 꺼내지 않겠다는 선택. 그리고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겠다는 선택. 나는 그것이 선택인 줄도 모른 채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적어도 뒤로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흘러가고 있었고, 멈춰 선 나만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쓰지 않는 날이 쌓이면, 쓸 수 없다는 믿음도 함께 쌓인다. 하루 미루면 내일은 더 쉽게 미루게 되고,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처음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쓰지 않는 것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없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 데에도 관성이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미루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반대로, 단 한 줄이라도 쓰면 무언가가 달라진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다. 한 줄을 쓰면, 다음 한 줄이 조금 덜 두렵다. 그 한 줄이 다음 날의 나를 다시 펜 앞에 앉게 한다.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두 줄이 한 문단이 되고, 어느 날 돌아보면 한 편의 글이 되어 있다. 거창한 각오가 아니라, 한 줄의 행동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잘 쓰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한 줄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줄을 쓰면, 비로소 무언가가 시작된다. 오늘, 그 한 줄을 쓰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확실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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