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쓰는 사람만이 남는다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by jooni

내가 쓰지 못했던 이유를, 원인을 생각해 본다. 내 문장을 스스로 의심하는 마음, 사소함을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시선, 바쁨이라는 익숙한 습관, ‘좋아요’에 기대어 흔들리는 마음, 재능이 없다는 말 뒤에 숨긴 두려움, 평가가 두려워 시작을 회피하는 심리 등등 하나하나 꺼내 놓고 보니, 그 모든 것의 반대편에 같은 답이 서 있었다. 그래도 쓰는 것.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 아름다운 문장을 짓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사람, 읽는 이를 울리고 웃기는 사람. 그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나는 저렇게 될 수 없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지켜보면, 잘 쓰는 사람보다 오래 쓰는 사람이 결국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화려한 문장은 눈길을 끌지만, 꾸준한 기록은 시간을 이긴다.

쓰는 사람이 남는다는 것은, 글이 남는다는 뜻만은 아니다.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내가 남는다는 뜻이다. 한 줄을 쓸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가까워졌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것들이 문장이 되는 순간, 비로소 윤곽을 갖추었다. 글이 나를 만든 것이다. 내가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써 온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시간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백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겠다고 다짐했던 날들. 쓸 것이 없다고 느끼면서도 억지로 한 줄을 꺼냈던 밤들. 형편없는 문장에 한숨을 쉬면서도 다음 날 다시 펜을 들었던 아침들. 그때의 나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쓰는 사람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쓰는 사람만이 남는다는 말은, 쓰지 않는 사람은 사라진다는 경고가 아니다. 쓰는 한, 당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러도, 누가 읽지 않아도. 오늘 한 줄을 쓴 당신은, 어제의 당신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람이다.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 영감이 아니라 성실이, 완벽이 아니라 꾸준함이 결국 한 사람의 글을 만든다. 느려도 괜찮다. 방향만 잃지 않으면 된다. 쓰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리에 닿는다.

오늘도 한 줄을 쓴다. 그것이 내가 여기 있다는 증거이고, 내일도 여기 있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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