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진심인 사람

진심을 꺼내는 데는 조건이 필요하다

by 유하루

“나만 이렇게 진심이었던 걸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나면, 마음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다. 다 주고도 남은 건 허무함뿐인 감정. 그런 순간을 몇 번 겪고 나면, 어느새 진심은 피곤한 일이 되어버린다.


예전엔 믿었다. 진심이면 언젠가 전해질 거라고, 진심이면 반드시 통할 거라고.


그 믿음 안에서 나를 무장 해제를 하였고 내 마음을 조심성 없이 건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내가 바랐던 것과는 거리가 먼 무심한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상대가 이상하다고만 느꼈다. ‘왜 저 사람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걸까.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걸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진심도 결국은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건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여기는 편이다. 짧은 인사에도 마음을 담고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진심을 실으려 한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이 아니라 부담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 진심이 당연한 것으로 소모해 버릴 수도 있다.


감정에 무책임한 사람들은 대개 가볍다. 그들의 말에는 온기가 없고, 행동에는 책임이 없다. 그저 스치듯 말하고 떠나며, 그 말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과 부딪히고 나면,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되묻곤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예민했던 것이 아니라, 너무 무방비했던 것은 아닐까. 진심은 여리기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렇다고 마음을 닫고 살자니 정직하게 살지 않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진심을 건넬 때와 사람을 잘 가늠해야 한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여전히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지만, 그 마음을 꺼내는 순간만큼은 더 조심스럽고 단단하고 싶다. 관계의 무게 중심을 상대가 아닌 나에게로 되돌리고 싶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내가 버틸 수 있는 깊이만큼만 그 선을 넘어서 남을 원망하지 않도록, 혹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내가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건넬 때는 내 안의 따뜻함이 마르지 않기를, 그 따뜻함이 나 자신에게 먼저 향할 수 있기를.


진심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귀하게 써야 하고 더 아끼며 꺼내야 한다. 무분별하게 흩뿌려서 자신을 잃기보다 오래도록 나를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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