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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니엘 Nov 04. 2024

최악의 난관



거래처들이 과장님 얼굴 보고 일을 의뢰해 준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완벽하게 수리를 해 출고하리라 다짐하고 공장으로 차를 갖고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작업지시서를 작성하고 판금 작업을 한 뒤 도장파트에 차량을 넘겨주었다. 반장님이 작업지시서를 보더니 물었다.


"이 거래처 어디지? 처음 보는데?" 


"제가 오더를 받아온 거래처입니다. "


"아 그래??"


" 잘 좀 부탁드립니다. 첫 거래여서요.."


"... "


대답이 없던 도장 반장님의 표정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보통 입고된 차량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이상 순서대로 작업이 들어간다. 그것을 예상해서 거래처와 출고 날짜를 정하고 공장으로 돌아와 작업지시서를 작성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도장반장님 저 차량 왜 작업이 안 들어갈까요?"


"어 저거하고 들어갈 거야~ 보채지 마라."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작업이 들어가야 할 시간에도 차량은 내가 예상한 시간에 작업이 들어가질 못했다. 아니 방치되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작업은 들어갔지만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성심성의껏 일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도색 결과는 역시나 안 좋은 완성도로 마무리되었는데 클리어 코트는 불규칙적이고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밑에 사람인 내가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해달라고 할 수 도 없었다. 도색작업 한 것을 내가 수정이라도 하게 되면 반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었기에 도장부가 모두 퇴근하고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모두 퇴근을 한 뒤 도색이 미흡한 공정부위인 클리어 코트를 사포로 갈아내고 광택작업으로 도색의 완성도를 보완하였다. 내 마음에 썩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출고는 가능할 정도였다.


다음날 마무리 조립 후 세차도 간단히 해서 약속시간에 맞춰 거래처에 출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거래가 잘 되었다는 안도감보단 아슬아슬했던 불안감이 남아 앞으로의 걱정이 더 앞섰다. 


하루가 지나 판금작업을 하던 중 과장님이 소개해준 다른 업체에서 도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전화는 반가웠지만 오더 받은 차를 잘 해결해야 할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되기 시작했다. 


반장님은 컨디션이 나빴던 것일까?, 안 좋은 일이 있던 것일까?. 오더 받은 차량을 타고 돌아오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공장에 도착하였다. 사무실에 들어가 작업지시서를 쓰고 작업차량을 현장에 넣고 판금 작업을 시작하였다.


내가 작업지시서 쓰는 것을 봤는지 차 쪽으로 와서는 어느 거래처인지 확인한 후 도장반장님은 좋지 않은 말과 함께 일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아~진짜 힘들어 죽겠네. 뭔 차를 이렇게 자꾸 가지고 와~"


내가 가지고 온차는 작업도 뒷전에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고, 뒤늦게 들어온 공장장님 거래처 차량을 의도적으로 먼저 작업해 주는 것이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지 않았던 것일까.. 내가 서둘러 판금을 해놓고 도장부 쪽에 들이밀어 넣어도 전혀 작업이 진행될 생각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거래처들과 약속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사장님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사장님 순번대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자꾸 착오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져온 차량들이 약속시간을 못 지킬 거 같은데 현장에 한번 사장님이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뭘 얘기해 네가 얘기하면 되지. 귀찮게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사장님은 현장 쪽에 가셔서 한마디 해주셨다. 

"다니엘 가져온 차량들 시간 좀 맞출 수 있게 신경 좀 좀 써줘라~"


"아 예~예~~~~"


별로 힘이 되지도 않는 사장님 말에 도장부 쪽에선 그냥 건성건성 대답하는 게 느껴졌다. 도장부가 일을 열심히 안 한다고 일러바친 나만 고자질 쟁이만 돼버리며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오더는 들어왔지만 두 번째까지 정확하게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만 커져갔다. 영업만 잘해서 오더만 받아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정 반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


같이 현장에서 일할 때 사이가 좋았던 직원들과의 사이는 점점 나빠지고 스트레스는 전보다 몇십 배는 더 받고 발만 동동 구르며 혼자서 이렇게는 절대 해나가기 힘들겠단 생각은 더 깊어져만 갔다. 


뭐가 문제일까... 


오더를 가져와도 일을 약속시간에 맞춰서 출고할 수도 없고 신뢰만 잃어갈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송 과장님이 얘기했줬던 이런저런 힘든 것들이란 게 바로 지금 같은 일들인지.. 


며칠뒤엔 최악의 상황까지 생겼다. 


거래처에서 무쏘 차량의 간단한 앞 측면 사고 오더를 받았다. 심한 손상의 사고도 아니었고 100만 원 중후반 정도면 충분히 수리가 가능한 작업으로 예측이 된 상태였고 미리 업체에서 얘기를 해 주었다.


"보험 200만 원 미만으로 처리 좀 부탁드립니다."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당연히 견적이 오버될 일이 없었기에 자신 있게 대답을 하고 공장으로 돌아와 작업지시서 작성 후 수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중간공정에서 내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자꾸 발생해서 설마설마했는데 사장님은 견적을 200만 원 미만 처리가 아닌 370만 원에 처리를 했다. 


출고하러 갖다 주는 길엔 차까지 멈춰버려 약속시간도 지킬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견적도 말도 안 되게 비싸게 된 상황에 약속까지 지키지 못하게 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사장님 죄송한데 차를 좀 다시 가져가서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손님이 지금 와서 기다리고 계신데 시간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한데 수리내용도 좀 바뀐 부분이 있어서 견적도 예상보다 더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아니 지금 장난합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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