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아저씨가 내 글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책 읽는 게 싫다. 일단 재미없음.
재밌는 책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은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에 예고편 같은 것을 먼저 공개해 대충 어떤 느낌의 작품인지 보여준다. 반면 책은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게 십상이다. 책 앞뒤의 평론가나 추천인은 매번 “놀랍다..!”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매번 같은 레퍼토리니 뭐…
그래서 그런지 매번 보던 작가의 책만 보고 나는 봤던 책을 반복해 읽기도 한다.
반면 에세이는 생각보다 재밌다. ’ 소설은 아무리 재밌어도 결국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잖아 ‘ 따위의 생각이 있다. 반면 에세이는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어낸 약간 일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작가와 뭔지 모를 유대감이 쌓이는 것 같다.
한적한 카페에서 하루 종일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 보면 솔솔 잠이 오기 시작한다. 결국 에세이는 쓸데없는 소리를 적어둔 책이라고 생각한다(비난 아님)
헛소리를 듣고 있자니(다시 한번 말하지만 비난 아님) 옆에서 라디오를 틀어두거나 마치 작가와 대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한번 잠이 든 적이 있었는데 화들짝 일어나며 “오 이런 미안 미안” 하며 일어난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무라카미 아저씨랑 이야기했나 보지. 무라카미 아저씨는 만나본적도 없지만 키키키.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을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하게 되는 듯싶다. 매력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먼저 매력적인 돼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약간 그 사람의 생각이나 사상을 엿보고 싶은 욕망이 그의 에세이를 더 읽고 싶게 한다.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확실히 무라카미 아저씨는 좀 닮고 싶은 어른이긴 하다. 옛날에 봤던 영화 중에 ‘겟 아웃’이라는 영화가 있다. 원래 스릴러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 이후에 정말 매료되어 조던 필 감독의 영화는 나올 때마다 찾아보곤 한다. 나중에 시간 되시면 꼭 한번 보시길.
아무튼 그 영화에서 (스포미안) 흑인 주인공을 납치하는데 그 이유는 늙은 백인들의 뇌를 건강한(육체적으로 우월한) 흑인의 몸에 이식하기 위함이었다. 글로 쓰니 정말 무섭긴 한데 어쨌든 떠오르는 사진작가였던 주인공의 몸을 낙찰받은 백인 할아버지는 그 작가의 팬이었는데 그를 만나자 ‘당신의 눈으로 보는 당신의 작품이 궁금하다 ‘는 식으로 말한다. 끝까지 보곤 그 장면이 소름 돋는 떡밥인걸 알았다. 역시 조던 필 그는 천재야…
뇌를 이식한다고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동경하는 사람을 닮고 싶다고 뚜껑을 따서 뇌를 바꾸고 싶진 않다. 그리고 왠지 아플 것 같아서 싫다.
누군가와 닮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 되지 않을까? 약간 부부는 닮아간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 생각을 공유하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관점으로 보게 되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싶다.
뭐 육체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미 죽어버린 아인슈타인이나 셰익스피어 같은 사람들은 불가능하니 그들이 살아생전 남겨놓은 글이라도 읽자는 거다.
닮고 싶다고 사람을 뚜껑을 따는 건 좀 너무했지 싶다. 그리고 무라카미 아저씨는 이제 팡팡 할아버지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다.
차라리 BTS정도..? 어허 이건 논란감이야~ 그만큼 멋지다는 말입니다 오해 마시길…!
요즘같이 무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사람도 차라리 영화나 드라마처럼 예고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애초에 ‘난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단번에 알 수 있는 그런 거 말이다.
그러니 여러분 여러분도 에세이를 좀 쓰세요.
잘 쓴 에세이는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도 글을 배워본 적 없으니까. 그냥 하고 싶은 말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무라카미 아저씨를 좋아하지만 그의 소설은 단 한 개도 읽은 적이 없다. 나는 작가 무라마키보단 인간 무라마키가 좋다. 소설을 읽게 돼버리면 앞으로 무라마키 아저씨의 에세이는 지금처럼 재밌게 읽지는 못할 것 같다. 나한테 무라카미 아저씨는 그냥 LP 좋아하고 러닝 좋아하는 동네 할아버지 정도이다. 아마 나중에 길에서 만나도 ‘오 무라마키 씨? 안녕하세요!’ 정도일 듯…
에세이야 말로 누군가를 편견 없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 아닐까? 직업이나 성별 나이 같은 건 사실 중요치 않고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뇌는 늙지 않는다고 한다. 5살 때 뇌와 15살 때의 뇌와 25살, 40살, 70살이 되어도 뇌는 항상 똑같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니 나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져 버린다. 물론 늙은 이의 경험과 세월의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많다고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70살이 되어도 20살 때 첫사랑에 가슴 떨려하던 감정과 마음은 그대로라니.. 너무 낭만적이다.
신이란 사람도 아마 지독하게 로맨스 마니아일 듯싶다. (나쁜 뜻 아님)
아무튼 나도 지금 아무 말이나 끄적이고 있지만 이 글로 한강처럼 노벨 문학상을 받겠다 그런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의미 있는 글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냥 내 글이 심심한 누군가에게 재밌는 말상대가 되었으면 하고, 후에 늙어버린 내가 젊은 나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했다. 이때의 나는 이런 생각으로 살았군.. 정도?
나도 무라카미 아저씨의 글을 읽는 게 나에게 엄청난 업적이 되지 않는다. 그냥 그 아저씨 좀 웃김 ㅋㅋ 정도이다. 내 글도 딱 그 정도이고 싶다. 그러니 여러분 재밌게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