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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타는 그네는 생각보다 기분 좋다

by 장혁수

여러분 인생 살만하신지?

난 내가 잘 가고 있는건지 가끔 헷갈릴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살아가는 모습이 괜찮은지 물어보곤한다. “나 지금 괜찮아?”

그들은 이따금 ‘넌 잘 가고 있어‘라며 위로 해주고, 한참 후엔 조심스레 묻는다 “나는 어때?”.

흠흠 잘 가고 있다라…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는건가. 난 어딜가고 있던거지?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목적지가 어디라고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다. 당신의 목적지가 성공인가 아님 부유한 삶? 평화와 사랑? 뭐 그런거? 잘 모르겠다.

1. 지독한 한국인

어딘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건 맞다. 목표 없는 달리기는 쉽게 지쳐버릴 것이다. 실제로 지쳐버리는 사람도 꽤 있는 듯싶다. 번아웃이라나 뭐라나?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이따금 번아웃이 올 조짐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적당한 휴식과 리프레시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독한 한국인들 쉴시간이 어딨나? 경주마처럼 달려야지. 결국 맞이하는 번아웃 타임.

강제 휴식시간이지 뭐. 그리곤 충분히 쉬지도 못하고 다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등떠밀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요즘 애들이 하는 말중에 재밌는거 하나 알았다. ’누가 총들고 협박함?‘이런 말인데 아무도 너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조롱섞인 유행어이다. 사실 우린 스스로가 우릴 채찍질 하고 있어지 싶다.

나도 번아웃을 겪을 때가 있었다. 잘 이겨낼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당시 나는 모든걸 포기했다. ’배째 배째 쏴 죽이시던가‘ 라는 다 포기하고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방구석에서 질질 짜던 시간이 있었다. 근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멈추면 큰일이 날줄만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멈췄을 뿐, 세상은 잘만 돌아갔다.

아무도 당신에게 달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불안해하지 말고 가끔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잠깐 멈춰도 좋고. 일단 포기하지 않았다는것에 의의를 두는거다.

2.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잠깐 잠깐 근데 뛰기 전에 목적지부터 정하고 시작하는게 좋겠다. 어디로 갈건데? 그럼 대부분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말하겠지. 근데 난 행복이 목표로 달리는걸 찬성할 수 없다. 행복이란 단어는 너무 추상적이니까. 그리고 그건 감정이잖습니까. 그럼 당신은 목표에 이를 때까지 행복하지 않을건가? 그 목표가 아니면 행복할수 없는가? 다시한번 잘 생각해 본다면 좋을듯 싶다.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부족하다고 한다. 무언가 성취, 몰입, 소유를 할 때 행복을 느낀단다.

살아있는 그 자체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며, 선천적으로 불안해하며 공포를 쉽게 느낀다는 것이다.

행복하려면 우린 100억을 가져야하고, 뚜껑 열리는 포르쉐를 타야하고… 서울대 합격, 삼성 입사, 3대 500을 들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지독한 한국인들… 행복의 기준이 나에겐 너무 높다. 그럼 난 평생 행복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에 기준이 있다면 좋을까? 돈은 한 이정도면 성공한거고, 학력은 뭐 인서울정도? 써놓고 보니까 말도 안되는 얘기임이 더 확실해진다. 그렇다고 저것들이 성공과 아주 관련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나 적어도 나의 행복과는 거리가 좀 있다. 나쁘다는건 아니다. 어쨌든…우리 목표를 확실하게 해보자. 당신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3. 밤에 타는 그네는 생각보다 기분좋다.

간혹 어떤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남들 눈치만 보고 남을 위해 살아온거 아닌가? 착한 사람이네.

자자 행복이란 멀지 않다. 내 행복을 먼저 말해보자면. 집 앞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 난 왜 그리 행복한지 밤에 타는 그네는 생각보다 기분좋다.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행복함을 느낀다. 젖은 흙냄새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또 나는 마트에서 큰맘 먹고 수입초콜렛을 사서 혼자 다 먹을때. 따듯한 물로 씻고 금요일 저녁에 노곤노곤하게 누워서 미뤄왔던 영화를 볼때. 길가다가 진짜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을 때.

당신은 뭘 좋아하시는지? 마음껏 행복해 하시라.

4. 작은 행복

이전에 한번 가족 전체가 도시에서 시골로 한 1년정도 이사를 간적이 있다. 그 동네는 밤 10시만 되면 모든 가게와 식당들이 문을 닫고 가로등도 별로 없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해가 떨어지면 도무지 밖에 돌아다닐 염두를 못내는 동네였다. 하물며 밖에는 동네 개들이 무리지어서 사람들을 위협해서 더욱더 밖엔 못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큰 불편함은 밤에 영업하는 편의점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사장님 입장에서도 밤중에 손님이 없으니 야간영업은 안하는것이 효율적인 선택이었을거다. 이해는 하지만… 난 밤에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먹는 작은 행복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후 우린 참지 못하고 다시 이삿짐을 싸들고 도망치듯 도시로 돌아왔다. 세속의 맛은 역시 달콤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 집 근처에 있다는 건 엄청난 행복이었음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여러분 집앞에 편의점 있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미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뭐 이건 근데 아무나 쉽게 쉽게 하는말이잖아.

가진것이 만족하자. 있을 때 감사하자. 뭐 이런거?

약간 어릴적 줄곧 밥을 남기면 엄마가 하던 ‘아프리카엔 굶는 애들이 많다‘로 시작하는 그 레파토리.

그래도… 작은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큰 것이 올때도 마음껏 기뻐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슬픈일이 없을 때 슬퍼하지 말자는 뜻이다. 아무일도 없는 것이 슬픈게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끔 찾아오는 작은 것들이 행복인거다. 우리가 꿈꾸던 것들이 일상이 된다면 더이상 그것들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게나 화려한 삶을 살면서도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것도 그런게 작용했지 싶다. 통장에 줄어들지 않는 100억원보다 오랫동안 입지 않던 옷이나 매지 않던 가방에서 나온 꼬깃꼬깃 종이 지폐가 더 큰 기쁨인것 같다. 뭐 사실 나도통장에 100억 있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긴 하다…

우리는 말하고 듣고 걷고 뛰는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당연한 것이지만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단 하루라도 그런 건강한 신체를 가져보길 원할 것이다. 이처럼 우린 가진것에 쉽게 익숙해진다. 가진것에도, 누리는 것에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도, 가끔 멈춰서 하늘 한번 보고, 밤에 집 앞 그네에 앉아 그네도 타고 빗소리라도 듣는 날이 있다면 우리는 잘 가고 있는 중이다.

목적지가 없다고 해서 방황이 아니라는 것.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괜찮은 삶이라는 것.

그러니, 당신. 나 지금 괜찮은가요? 라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자.

“괜찮아, 오늘은 그네 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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