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에서 얻는 행복이 정말 큰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금은 외롭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는 만큼 혼여행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첫 여행지로 어디를 선정해야 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사실 1월 한겨울이었어서 뚜벅이 혼자 갈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고민 끝에 고른 곳은 '구읍뱃터'. 이곳을 첫 혼여행지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대략 이렇다.
1) 서울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
이동시간도 짧고 그렇게 멀지 않다는 생각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2) 바다가 있다.
나는 바다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겨울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다.
3) 가격이 저렴하다.
1박에 4만원 전후 정도 하는 저렴한 오션뷰 호텔이 있었다. 가격 부담이 적은데 시설도 깨끗한 편이어서 혼자 가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4) 맛있는 음식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해물 칼국수, 새우튀김, 소금빵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그렇게 떠나게 된 첫 혼여행.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항철도에 올라탔다. 공항을 갈 때만 탔어서 느낌이 새로웠다. 영종역에 내려 버스를 타면 어느새 구읍뱃터 도착!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오션뷰 카페에 가기로 했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통창 앞에 앉아 바다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저녁시간이 다 되었을 때쯤, 자연도 소금빵과 새우튀김을 포장해서 호텔로 갔다. 내가 갔던 호텔은 키오스크로 셀프 체크인 하는 곳이라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었다.
숙소를 들어갔을 때 받은 첫인상은 '아늑하고 좋다!' 였다. 처음엔 포장해 온 음식들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다 먹고 나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서해 바다를 한겨울에 놀러 갔으니 밖에서 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래서 체크인 한 이후로 다음날 아침까지 긴 시간을 방에서 혼자 보내야 했다.
점점 밤이 될수록 심심해졌다..!! 내가 생각한 혼여행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숙소에 책상이라도 있었다면 앉아서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했을 텐데 침대 하나뿐인 숙소라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기에는 어려웠다. 혼자서 보는 티비 프로그램도 그닥 재밌지 않았다. 결국 책을 읽다, 티비를 보다, 노트북을 켰다 이것저것 시도만 하다 밤이 지나가버렸다.
다음날 아침, 잠시 눈이 떠졌는데 마침 해가 뜨고 있을 시간이었다. 평소였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잤겠지만 이 풍경을 눈에 담으라는 신의 계시인지 갑자기 눈이 떠졌다. 그래서 침대에 누운 채로 일출 사진을 찍고 30초 만에 다시 잠들었다.
혼여행의 장점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아무 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모든 일정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여유롭게 일어나 체크아웃을 하고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바로 해물칼국수..! 다행히 식당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눈치 보지 않고 혼밥을 할 수 있었다. 혼밥은 아직 어려워…
첫 혼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또 다른 오션뷰 카페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 카페에서 본 반짝이는 윤슬이 바로 나의 작가명이 되었다. 첫째 날보다 훨씬 맑고 투명한 바다를 눈에 한가득 담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인 만큼 많은 걸 배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여행은 생각보다 외롭다
밤에 할 만한 것들을 챙겨가자
혼자 보낸 시간들을 잘 기록해 두자
놀 거리, 구경할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곳으로 가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오자
기억에 남을 만큼 큰 이벤트는 없었지만, 또 한동안 나를 행복하게 할 작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와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