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단에 속해있을 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내 일상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흘러갔다. 심지어는 자취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어 시험기간에는 24시간 동안 붙어 있기도 한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들을 즐기던 중 문득 평생 누군가와 모든 걸 함께하며 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한 번도 혼자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막막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작년 2학기쯤부터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종종 가져보려고 했다.
1단계: 카페 가기
제일 먼저 도전해 본 것은 카페를 가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카페를 혼자서 여러 번 가보긴 했지만 과제나 일에 치여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혼자 책을 읽거나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조금 여유로운 시기에 처음으로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생각 정리도 해보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북카페를 가면 괜히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2단계: 한강 가기
항상 한강은 여러 명이서 돗자리 들고 피크닉 하러 가는 곳이었는데 워낙 노을과 피크닉을 좋아하다 보니 혼자서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풍경을 보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첫 시도 때에는 혼자서 돗자리 깔고 앉아있는 건 부담스러워서 천천히 산책하며 걸어 다녔던 것 같다.
3단계: 피크닉 가기
피크닉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중 하나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쯤 한강 피크닉에 도전해 보았다. 돗자리와 간단한 저녁거리를 챙겨 노들섬으로 갔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놀러 온 학생 무리들이 가득했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갔다. 한강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전자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 생각이 많아질 때면 한강 앞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시험공부에 지칠 때는 돗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기도 했다. (공부 효율은 별로지만 기분은 좋아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면서부터는 주변에 있는 무리 지어 놀러 온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4단계: 스케이트 타기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최근 발견한 나의 새로운 취미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특강으로 피겨 스케이트를 조금 배운 뒤 거의 1-2년에 한 번 꼴로 탔는데 창고에 묵혀둔 나의 하얀색 스케이트도 활용할 겸 다시 스케이트장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어 혼자 방문한 스케이트장은 느낌이 새로웠다. 누군가의 속도를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탈 수 있었다. 고민이 많을 때 아이스링크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것도 좋았다. 처음엔 혼자 스케이트장에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한 번 해보고 난 뒤에는 정말 쉽게 느껴졌다.
5단계: 여행 가기
혼자 놀기의 마지막 단계는 '여행'이다. 혼여행은 나도 작년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올해 1월이 되어서야 처음 시도해 봤다. 우선 국내여행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혼여행지로 서울에서 정말 가까운 영종도를 골랐다. 짧게 갔다 올 수 있고 거리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서울과 가까이에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었달까. 그리고 1박에 4만원 밖에 안 하는, 혼자 지내기에도 부담이 없는 오션뷰 호텔도 있었다.
그렇게 떠난 첫 여행은 평화롭지만 외로웠다. 특히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라 저녁에 호텔에 들어간 후부터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밤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보낼 무언가를 준비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혼자 간 첫 여행이 정말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와 일출을 마음껏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 후에는 혼자 여행을 갈 기회가 대구 당일치기 한 번 밖에 없어 아직 나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상태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여름방학부터는 묵호, 담양, 포항, 대전 등 국내 여행을 혼자서 자주 다녀보려고 한다.
혼자서 떠나는 해외여행은 아직 가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내 일정만 따져보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타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행복을 혼자서 느끼기보다는 함께한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당분간은 국내여행 위주로 혼자 다녀보기로!
혼자 시간을 보낼 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방법
조금 단순한 방법이긴 하지만 혼자 있을 때 헤드폰을 끼면 자신감이 조금 더 생긴다! 누가 봐도 혼자 있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니까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 모먼트 중 하나이다.
혼자서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해졌다. 오히려 혼자서 조용한 곳으로 놀러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될 정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언제 이동할지, 어디로 갈지, 밥은 뭘 먹을지 그냥 그때그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하면 된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같이 수다 떨 상대가 없다 보니 그냥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한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생각을 정리하는 재미가 있다.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행복한 감정을 함께 공유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아직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쉬운 것부터라도 해보는 걸 추천한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힐링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