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맑았던 어느 날, 노들섬에서 찾은 행복
기말고사 시작을 5일 앞둔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만 번갈아 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보았을 때 새파란 하늘과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마주하였다. 그 시원하고 잔잔한 풍경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노을 보기에 완벽한 날씨구나'였다.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 구름이 예쁘게 떠다니는 맑은 날씨.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노을을 보러 떠나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노을 명소는 '노들섬'이었다. 1층에 있는 노들서가는 조용히 앉아 공부를 하기에도 적합했기 때문에 시험기간에 놀러 나온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일몰시간까지 남은 3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꽤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도저히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면 잠시 밖으로 나와 강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히고 돌아왔다.
해가 떨어지기 30분 정도 전쯤, 63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잔디밭으로 나왔다. 수없이 많은 노을을 봐온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봤을 때 노을은 해가 지기 전보다 해가 지고 나서가 훨씬 예뻤다. 그래서 굳이 일찍부터 나가있지 않았다. 날씨가 흐리면 해가 떨어지는 게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이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여서 해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슬슬 해가 지고, 밖으로 나온 지도 1시간이 다 되어가 돗자리를 접고 일어났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을 핑계로 노들섬 앞을 한 바퀴 산책하기 시작했다. 걸어가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을은 점점 더 짙어져 갔다. 평소에는 잔디밭에 앉아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강가를 따라 산책하니 탁 트인 시야로 노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할 시점. 마지막으로 입구 쪽 언덕에서 풍경을 보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잠시 보고 가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한 자리에 10분 넘게 가만히 서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야지'라고 다짐하며 한 발자국 돌아선 순간 눈앞에 있던 풍경이 아른거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어둠이 거의 다 내려앉았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 풍경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자연은 어떻게 이토록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낼까?'
이날 내가 봤던 하늘의 색깔은 무지개 그 자체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잔디밭과 은은하게 켜진 조명도 한몫을 했다. 휴대폰 카메라가 이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집에 돌아오며 생각했다. '오늘의 감동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노을을 바라보며 느꼈던 행복으로 남은 시험기간을 버텨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