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위에서 마주친 ‘나’

캠핑으로 떠나는 여행

by mc음주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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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니 이제는 주중에도 익숙한 도시를 벗어나 낯선 풍경 속에 나를 던져놓는다. 단순히 지도를 따라 걷는 과정이 아닌 내 안의 깊숙한 곳, 평소엔 들여다볼 엄두 조차 내지 못했던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


서울을 벗어나 낮선 장소로 나설 때 훅 끼쳐오는 습한 공기 그리고 코끝에 느껴지는 시린 바람. 이질적인 낮설움이 피부에 닿는 순간, 나는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그 자유는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야. 나를 아는 그 누구도 없는 곳, 내 이름 석 자보다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그 길 위에서 나는 철저하게 혼자 서 있었다.


화려한 도심에서 나는 늘 무언가로 규정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친구, 직장 동료,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1인분의 몫을 해내야 하는 성실한 어른. 하지만 이곳에선 그 모든 수식어가 무용지물이다. 처음만난 식당에서 어색한 말투로 주문을 하고, 잘못 탄 버스 안에서 당황하며 맵을 켰을 때, 비로소 나는 내 밑바닥을 마주하게 된다.

오래전 이름 모를 소도시의 골목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배는 고프고 주머니엔 현금조차 없었던 당황했던 기억. 평소의 나였다면 "왜 이렇게 준비를 안 했지?"라며 스스로를 몰아세웠겠지만 그날은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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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핀 이름 모를 꽃이 아름다웠고,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건네준 인심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그때 나는 깨달았다. 생각보다 작은 것에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예상치 못한 불운 앞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단단함을 가졌다는 걸. 낮선곳으로의 여행은 이렇게 잃어버린 나를 찾고 '불확실성'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준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흘러가지 않는 하루,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예약이 잘못된 숙소. 이런 요란한 에피소드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내가 아주 계획적인 사람인 줄 알았지만 비 오는 창가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때우는 걸 더 좋아하는 게으른 낭만 중년 아재 였다는 걸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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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내가 타인에게 얼마나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인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는지 선명하게 들어나던 시간, 그 무해한 시선들 속에서 나를 옥죄던 수많은 검열의 굴레를 하나씩 벗어 던지게 된다.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을 써 내려가듯, 여행의 끝은 늘 아쉽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내 백팩 안에는 지역에서 구입한 기념품보다 훨씬 값진 것이 들어있어, 바로 낯선 길 위에서 주워 올린 ‘나’의 파편들, 예전보다 조금 더 나를 잘 이해하게 됐고, 조금 더 나를 사랑하게된 소중한 선물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내 마음속 낯선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언제든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걸. 그래도 가끔은 짐을 싸고 싶어진다. 지루한 일상이 나를 다시 무미건조하게 만들 때쯤, 나는 다시 낯선 길 위로 나를 던질 준비가 되었기에, 거기서 또 어떤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지의 설레임이 항상 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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