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그리고 고독
입춘이 코앞이라지만 파주 산자락의 2월은 여전히 서슬 퍼런 겨울이다. 인생의 절반을 넘긴 중년 아재에게 동계 캠핑은 낭만이라 쓰고 '생존'이라 읽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 주말, 짐을 꾸려 홀로 떠난 2월의 캠핑 이야기 끄적여 본다.
모든 것이 얼어 붙은 캠핑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폐부에 박히는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mz 세대들 처럼 화려한 감성 캠핑은 아니더라도, 장박 텐트 하나 세워드었기에 마음은 한결 편안하다. 아이들은 장성했고, 아내는 집에서의 휴식을 택했으니 오롯이 저만의 시간.
2월 캠핑의 백미는 역시 정적 이다. 하절기 요란 했던 공간을 찬 바람이 채우고, 여러가지 1박 준비를 하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식을 때쯤, 미리 챙겨온 등유 난로를 켜본다.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예열되는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두면, 비로소 17년 차 중년 아재캠퍼의 아지트가 완성된다.
중년아재 캠퍼의 소박한 캠핑 루틴 몇가지가 있다. 조금 더 단단한 팩다운을 위해 거친 망치질에 무릎이 조금 시큰하지만, 텐트 팽팽하게 당겨졌을 때의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커피타임, 김이 모락모락 주전자를 들고 드립커피 한잔 내려놓고 산등성이의 잔설을 바라보는 '멍' 때리기는 필수템.
해가 짧은 2월 서둘러 장작을 준비한다. 사이트 곳곳에 떨어져 있는 잘 마른 장작이 타오를 때의 타닥거리는 모닥불 소리는 중년의 고단한 마음을 녹여준다.
1박의 아쉬운 밤이 깊을수록 뜨거워지는 마음은 감당 할 수 없는 차가운 고독에 곁을 내어준다. 그래도 틈을 채워주기에 서서히 허기가 밀려온다. 저녁 메뉴는 고민할 것도 없이 목살 몇 점과 등갈비,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소리가 텐트 안을 가득 채우면, 소주 한 잔도 함께 채워본다. 사회에서의 치열한 전쟁,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무거운 짐들은 잠시 텐트 밖 추위 속에 던져본다.
밤이 깊어지면서 영하 12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침낭 속에 핫팩 하나 던져 넣고 잠시 몸을 맡겨본다. 텐트 스킨 너머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건 나만의 환청일까? 혹자는 이야기 한다 "사서 고생한다" 혀를 차지만, 2026년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 느끼는 온기야말로 진짜 삶의 맛이라는 걸 중년캠퍼는 17년 야영을 하며 깨달았다.
"춥고 고독할수록 내 자신은 더 선명해진다."
동계 캠핑을 마치고 장박지 정리하고 돌아오는 길,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만은 다가올 봄날을 맞이할 준비에 기분이 잠시 업(up)된다. 다음 달이면 이제 초록이 돋아날까? 그때 또 다른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