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소나무 향기 가득한 곳에서 만난 1300년 역사
탈무드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술 마시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마라 그 시간에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으니까’ 당연히 과음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리술 한잔은 큰 위로와 안식처가 된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진리로 내려온 것 같다.
가끔은 무작정 떠나는 여행 그것도 캠핑과 술을 벗으로 삼는 여행은 그 어떤 휴식보다 몸과 마음이 오래 기억한다. 전주를 지나 한적한 국도를 따라 완주군을 찾아가는 길은 수려한 주변 산세가 보여주는 아름다움만큼 특별하다.
전북 완주에는 대한민국 ‘명인 1호’라는 칭호를 받은 조명귀 명인의 송화양조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명주 중 명주로 손꼽히는 송화백일주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송화백일주는 연간 딱 2000병만 제작되고 판매된다. 오랜만에 온 몸이 술 마시는 기쁨에 흠뻑 젖는다. 술 한 잔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를 몸소 느끼게 하는 송화양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조차 가볍다.
송화백일주는 양조장이 아닌 모악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수왕사(水王寺)에서 대부분 빚어진다. 수왕(水王)이란 ‘물이 좋다’라는 뜻으로 당연히 좋은 술의 기본은 물, 물 좋은 사찰에서 빚어지는 전통방식의 술은 더 이상의 미사어구가 필요 없어 보인다.
모악산은 식물분포학상 온대형에 속해 높은 지형에는 신갈나무가 저지대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좋은 물과 바람을 맞으며 자란 소나무에서 얻어지는 송학가루는 차나 술을 빚는 재료로 부족함이 없다.
사찰이라는 특성상 처음부터 곡주를 빚어 마시지는 않았을 것이고 불교사화집 기록을 보면 신라 진덕여왕때 부설거사 영희(靈熙)와 함께 수도정진하다 헤어지면서 회포를 달래기 위해 송화곡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또 수왕사 사지(寺誌)의 기록에는 조선 인조 때 사찰법주로 정례회 시킨 명승 진묵대사가 해발800m 고지에 위치한 수왕사의 특성상 고기압에 의한 고산병 및 위장병, 영양결핍 등의 예방을 목적으로 자생식물과 약초로 만든 송화곡차를 즐겨마셨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국의 전통주의 계승은 단절됐다. 한때 수천가지의 이르렀던 가양주들이 사라져 지금은 숫자가 미비하지만 송화백일주는 단절되지 않고 지급까지 그 비법이 전수되고 있다. 이유는 속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사찰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일제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사찰법주이기에 그 명맥이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왔다. 그래서 12대 조영귀 명인에 이어 현재는 13대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신라시대 송화차를 거쳐 조선시대 직문대사에 의해 지금까지 내려온 명주 송호백일주는 먼저 누룩제조 과정부터 눈여겨볼만하다. 송화누룩은 해발 700m에 만들어진 고랭지 누룩으로 통밀로 만들고 계절과 기온 발효정도에 따라 20일 이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고두밥과 오곡 그리고 누룩으로 16% 약주인 송화 오곡주를 만들어내면 숙성 후 증류시킨다. 증류한 술에 송화가루,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당귀, 국화, 감초 등의 약초를 넣어 100일간 숙성시키면 송화백일주가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또 국산 송화가루와 솦잎 체취가 어려워 많은 양의 술을 빚어낼 수 없다. 마케팅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니라 시간과 재료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한정 수량 밖에 만들지 못한다.
한정 생산되는 송화백일주의 맛은 어떨까? 38도의 고도주의 강렬한 첫맛을 기대했지만, 부드러운 첫맛이 끝까지 유지되면서 달콤한 솔향이 입안 가득 머금어진다. 술잔에 담겨진 황금색 빛깔은 송화백일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모든 제조 과정이 수작업이고 한정판매이기에 가격이 높지만, 한 잔 술에 담긴 정성과 정갈함은 마시는 이의 영혼까지도 정화시키는 느낌이다. 특히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우정을 다지기 위한 민속주로 좋고 육류 안주가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나 숯불향 가득 베인 해산물류와의 궁합도 자랑할 만하다.
사찰에서만 만든다는 송화백일주는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전주 완주에 있는 송화양조장을 따로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1300년 역사의 송화백일주의 12대 계승자 조영귀 명인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13대 계승자인 시인 조의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명맥이 끊이지 않고 내려온 술이라 더욱 자부심이 깊을 수밖에 없고, 돈보다는 역사와 전통으로 명주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에 대화는 이어졌다. 진묵대사를 통해 내려온 사찰법주의 비법은 수왕사(水王寺) 역대주지 1명에게만 전수되며 그것이 12대인 현재의 수왕사(水王寺) 주지이자 12대 송화백일주 전승보유자 벽암스님 조영귀 명인이다. 속세인이 아닌 불가에 몸담은 스님이 술을 빚는다는 것이 송화백일주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낸다. 옛 방법대로 비법이 내려오다 보니 모든 공정이 한정된 재료로 수작업으로 이뤄져 애로사항이 많다. 단순히 판매 목적이 아닌 전통계승과 전통주 발전과 좋은 술을 빚겠다는 의지로 한 잔의 정신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송화백일주의 증류방식은 두 가지다. 흔히 알고 있는 소줏고리이용법 외에 무쇠가마솥을 이용한 방법이 있었다. 무쇠가마솥 방식은 밀폐형이기에 내부의 끓는 상태를 알 수 없고 증류되고 있는 술의 농도를 솥뚜껑 위의 냉각수에 손을 대보거나 청각을 통한 방법으로 확인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오랜 시간 불을 다룬 경험과 감각으로만 빚을 수 있는 진정한 명인의 기술이다.
한 잔 곡차의 소임은 닫힌 기(氣)를 다스리는 정신이고 문화라고 했다. 이번 캠핑여행은 우리술의 계승이라는 사명감으로 전통을 지켜낸 벽암스님 조영귀 명인의 정신과 송화양조에서 만들어낸 그 결실을 직접 맛볼 수 있어 더욱 가슴에 남는 일정이었다.
◆ 전북 완주의 풍광을 한 자리에 느낄 수 있는 예쁜 캠핑장
송화백일주 한 병을 얻었으니 이제 잠자리를 구축해야 한다. 이곳을 왔다면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741번지에 위치한 예원캠핑장을 추천한다. 사이트 31개, 카라반 5대 규모의 중형 캠핑장으로 펜션 4동과 방갈로가 있다. 이외에도 가든, 노래방, 수영장과 주변 산책로가 잘 꾸며진 곳이다.
이름부터 예쁜 예원캠핑장은 이동하는 길 모두가 드라이브코스로 으뜸이다. 눈을 땔 수 없는 자연 속 풍경은 차를 몰아 바삐 이동하는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955년 당시 예원은 산골마을 오지 중 오지였던 곳이다. 그만큼 손때가 덜 묻은 자연이 함께하는 곳이다.
예원캠핑장은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으로 거듭났다. 파쇄석 위에 데크를 올려 좀 더 편안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고, 노래방과 탁구장, 당구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펜션은 캠핑장이 한눈에 내려 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공간에 있어 가족단위 또는 기업체 단합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조리시설이 없는 방갈로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다양한 형태로 야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캠핑장은 만수리 계곡 맨 상단에 위치해 있고 4계절 늘 깨끗하고 맑은 계곡물을 가둬 여름시즌 물놀이 공간도 제공한다. 예원캠핑장 부근 관광지는 넘쳐나도록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캠핑장에서 30분 위치한 전주한옥마을과 4월이면 장관을 이루는 벚꽃길 그리고 다양한 수목들이 넘쳐나는 풍경이 있는 대아수목원, 법보종찰 해인사, 불보종찰 통도사와 더불어 한국의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종찰로 꼽히고 있는 승보사를 둘러볼 수 있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17호인 위봉산성, 가을단풍과 시원한 계곡이 일품인 운일암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