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에서 만나는 바다와 산, 그리고 김포약주의 향기
찾아가야할 거리가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여행은 더욱 간편해진다. 수도권은 확실히 부담 없는 여행지다. 특히 경기도엔 꽤 많은 술도가가 자리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두운 탓인지 우리술 탐험가인 음주가무도 가보지 못한 양조장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김포권의 여정, 가벼운(?) 배낭 하나 들쳐 메고 시외버스에 몸을 실어본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기름진 김포평야. 이제는 논과 밭 보다는 고층아파트가 줄지어 섰지만, 벌써 김포평야가 생산한 좋은 쌀로 빚은 술 향기가 코끝을 스쳐오는 것만 같았다.
◆김포 평야에서 만난 우리쌀로 만든 ‘약주’…80년 전통 이어가는 ‘김포양조’
김포의 드넓은 평야는 예로부터 벼농사로 유명하다. 개발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시 전체 면적 중에 약 35%가 농경지이고, 대부분은 벼농사 지역이다. 통진미로 유명한 김포쌀은 우리나라 전역에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공장지대와 주거단지가 확대되면서 농지면적은 계속 감소하고 한강수계가 오염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포쌀 맛의 명성만큼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약주’는 우리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주종 중 하나다. 대체로 약주는 술밑을 여과해 만든 맑은술을 일컫는다. 약효가 있거나 약재를 넣고 빚어 특이한 맛과 향을 내는 술을 뜻하기도 한다. 이 밖에 명칭에 대한 이야기는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조선시대 가뭄으로 곡식이 부족해 금주령이 내려져 양반 같은 특수계층이 법망을 피해 술을 마시려고 약주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 선조 때, 문신 서성(徐渻)의 집에서 빚은 술이 유명해 그의 호인 약봉(藥峰)과 사는 곳의 지명인 약현(藥峴)의 약자를 차용해 질 좋은 청주를 약주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약주는 지역마다 특산물을 넣어 빚어졌으며 고유한 맛을 지닌 형태로 다양하게 계승돼 왔다.
약주 빚기 과정은 간단치 않다. 우선 물과 누룩을 넣어 수곡을 만든 후, 여기에 찹쌀로 떡을 쪄 넣어서 주모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멥쌀, 곡자, 물을 빚어 숙성시켜 밑술을 만들고 용수를 박아 퍼 전주를 만들어 놓은 후, 처음 술을 빚을 때 넣은 물과 동량 또는 배량의 물을 넣어 후수(後水)를 만든다. 그런 다음 이를 혼합하면 완성이 된다.
빚는 방식이 지역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약주 주조 과정의 주요 방식과 도수는 거의 다르지 않다. 첨가하는 약재나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응용이 가능하기에 나름의 특별한 약주의 맛을 내는 가양주들이 예전에는 즐비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약주는 청주라고도 불린다. 약주와 청주의 차이는 크게 없다. 굳이 따지자면 전통 누룩 사용량이 1% 이상이면 약주, 1% 미만이면 청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청주에 약재를 넣어 마셨던 술도 약주라 했기에 청주와 약주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며 같은 주종으로 봐도 무방하다. 약주는 종류 또한 다양하다. 과실, 꽃 등을 넣어 빚은 가향주로 송화주, 연엽주, 두견주, 송순주 등이 있고 여러 약재를 넣어 빚은 약용주로 신선주, 백일주, 구기자주 등 있으며 그밖에도 수많은 약주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그 맛은 어떨까? 넣는 약재와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을 보여주지만 모든 약주에 스며있는 특유의 잔잔하고 부드러운 풍미는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특히 추운 겨울날 어묵탕 또는 각종나물류 등과 함께 하면 약주의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김포에서 강화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 현대식으로 지어진 술도가 ‘김포양조’의 모습은 외형적으론 다른 양조장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김포의 쌀과 이 곳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약주를 생산하고 있다.
김포양조 최성한 대표는 만나자마자 시 한편을 펼쳐 보였다. 김윤식 시인의 ‘고래를 기다리며’라는 시였다. 시 속에는 김포약주에 관한 구절이 담겨 있었다. 김포약주에 대한 김포 사람들의 애착을 느끼기 충분했다.
나그네처럼 내 몸이 비틀 비틀 김포약주 속을 지나갔다
호프보다 훨씬 덜 문명한 김포약주
그 김포 물에 촌스럽게 다시 한 번 젖고 싶다
김포양조는 80여 년간 소규모 양조장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1972년 현재의 최성한 회장이 인수해 지금의 ‘김포양조’란 이름으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김포약주는 김포양조와 함께 성장을 거듭하여 ‘약주하면 김포약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약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양조장 인수 후 70년대 초반, 김포의 우수한 수질과 쌀을 이용해 전국 최고의 약주로 그 맛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80년대에 들어서 김포약주가 수도권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명절 때 차례용 술로 인정을 받으면서 그 여세를 몰아 生약주를 히트시키며 명절 때만 마시던 차례주를 평상시에 먹는 술로 변모시켰다. 90년대에는 양조장 현대화 및 약주의 고급화에 주력하여 전국단위로 시장을 확대했다. 신생업체들의 도전과 주류시장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어려움에 처한 적도 있었지만 이때에도 약주의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면서 김포약주만의 독특하고 자부심강한 프리미엄급 약주를 개발해 지금까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술과 음식도 대중에게 외면을 받으면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상 이름만 남은 우리술은 너무 많다. 독특한 맛과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술이 대중들에게 다양한 각도로 알려져 사랑받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김포의 너른 들판을 뒤로했다. 김포는 서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나들이객과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주말이 되면 사람과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석모도로 들어가는 여행객들 또한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김포양조에서 강화대교를 넘어 약 24km를 자동차로 달리면 마니산줄기 따라 근사한 야영장 함허동천야영장이 보인다. 또 근처에는 김포한강오토캠핑장까지 위치해 도심 근처에서 야영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 근교 가족 캠핑을 원한다면 ‘함허동천’과 ‘김포한강오토캠핑장’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함허동천(涵虛洞天)캠핑장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196번길 38에 위치한다. 캠핑 사이트는 189개이고 족구장과 농구장이 있고 주변에 등산로가 이어진다.
함허동천 캠핑장 맨 위로 올라가면 조선전기 승려 기화(己和)가 너럭바위에 써놓은 글귀가 선명하게 보인다. 캠핑장이기 이전에 마니산으로 올라가는 등반길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고 이름의 뜻처럼 방문하는 캠퍼들에게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맑고 견건한 야영장으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총 189개의 사이트로 구성돼 있고 1·2·3·4 야영장으로 나뉜다.
제1야영장은 매표소 부근에 위치해 오토캠핑을 즐기는 가족단위 캠퍼에게 인기가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4개의 야영구역 중 유일하게 전기사용이 가능하다. 2~4구역 야영장은 모든 사이트가 데크로 구성돼 있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풍성한 그늘과 주변 경관 그리고 자연과 함께 숨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함허동천야영장은 오토캠핑 보다는 미니멀캠핑이나 특히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완만한 경사와 야영장 사이트로 올라가는 적당한 거리는 마치 배낭을 메고 산정상을 올라가 즐기는 비박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영장 정상에서 바라오는 노을과 서해바다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1야영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이트는 선착순으로 현장매표를 하기에 부지런한 자에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또 캠핑장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줄기는 여름철 풍성한 그늘과 함께 자연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저렴한 이용료 또한 함허동천만의 장점이다. 함허동천을 중심으로 서해바다의 멋을 보여주는 동막해수욕장과 이곳에 가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마니산 참성단과 강화개펄, 멀리는 석모도 투어까지 캠핑과 여행 그리고 양조장투어까지 완벽한 2박3일간의 힐링 캠핑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수도권 근처에서 가깝게 즐길 캠핑장을 찾는다면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170-3번지에 위치한 김포한강오토캠핑장을 추천한다. 사이트는 81개, 카라반 4동이 있고 대여텐트사이트도 갖춰져 있다.
바쁜 일상으로 휴가철 또는 긴 연휴가 주어지지 않으면 수도권에 멀리 떠나기가 녹녹치가 않다. 주말이면 도심에 위치한 난지캠핑장이나 노을캠핑장이 예약으로 만석이 되는 이유이기도한데 김포에 위치한 김포한강오토캠핑장도 마찬가지 4계절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이곳에서 1박의 여유를 맛보기란 불가능할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다.
특별히 풍성한 그늘과 주변 경관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류리 포구를 뒤로하고 한강줄기를 따라 조성된 환경 친화적 캠핑장으로 만들어졌다. 계단형을 연상시키는 사이트 구조여서 약간의 경사를 감안하고 야영을 즐겨야하며 캠핑사이트는 물론 대여텐트와 카라반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구비돼 선택의 폭이 넓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많아 가족단위 캠핑객이 선호하는 곳이다. 특히 드넓은 모래놀이 공간은 대표적인 어린이 놀이시설로 안심하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다.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여름에는 수영장과 긴 슬라이드 때문에 가족단위 캠퍼들이 특히 선호하는 곳이다.
22시부터는 매너타임으로 설정해 고성방가와 자동차운행 및 폭죽 사용금지 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이용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캠핑장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 주변관광지로 들살이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치와 조망권이 좋은 문수산 삼림욕장, 울창한 나무숲과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된 삼림욕장이 인상적인 김포국제조각공원 그리고 물놀이장이 있어 여름시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테마공원 태산패밀리파크 등이 캠핑장 주변에 있다. 무엇보다도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전류리 포구는 상인들이 직접 잡아온 싱싱한 횟감을 제철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이곳은 먹고,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수도권 최고의 캠핑장 중 하나로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