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 최고의 계곡과 ‘홍삼주’를 만날 수 있는 곳
캠핑은 해와 별 그리고 주변의 모든 자연이 친구가 되고, 때론 가족이 되고 늦은 밤 인적조차 없는 야영지의 모닥불과 한잔 술로 큰 위안이 된다. 혼자 하는 야영과 술여행이 즐겁지만 가끔 외로움이 찾아온다. 인간은 소통의 동물, 좋은 술과 벗이 함께해야 술자리도 완성되는 법이다. 그 조합을 위해 오늘도 전국의 술도가를 찾아 우리술의 깊이와 뿌리를 찾아가 본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우리 것의 소중함은 우리 술기행을 통해 더욱더 단단해지고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다.
◆산 깊고 물 맑은 인삼의 고장 ‘진안’
장인의 손길과 자부심 그리고 우리 것을 지키고 맥을 이어가는 끈기와 고집은 우리술의 가장 좋은 재료다. 우리술의 가장 좋은 재료가 있는 전국팔도의 양조장 중 한 곳인 전북 진안을 찾았다.
드라이코스로 사랑받는 용담호는 64km에 이르는 멋진 풍경과 주변의 용담호 자연생태습지원, 구봉산과 운일암반일암 등의 경관이 펼쳐지며 눈을 즐겁게 한다. 이곳은 3월에는 고로쇠 축제, 5월에는 꽃잔디 허브 축제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10월 말에 열리는 진안의 명물 홍삼 축제도 당연히 빼놓을 수 없다.
전북 진안은 평온함에 잘 발효된 막걸리의 청량감이 더해진 곳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시골 분위기의 마을과 인삼의 고장답게 곳곳에 보이는 인삼밭은 진안의 첫 이미지다. 진안은 예부터 깨끗한 자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어 산고수장(山高水長)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교차가 크고, 바람 한 점 없이 맑아 물안개를 자주 접할 수 있어 남한의 개마고원이라 불린다. 또한 고원지대(해발 400m)로 82%가 산악지대로 이뤄져 질 좋고 깨끗한 홍삼을 재배하기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곳의 삼은 큰 일교차와 생육 기간이 타지역보다 60일가량 길어 오랜 시간 햇볕을 받고, 영양분을 더 빨아들인 탓에 맛과 품질은 물론 사포닌 함량이 더욱 높다고 한다. 소백산맥과 노량산맥이 만들어놓은 고원지대의 지리적 이점을 200%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진안의 인삼은 전국 생산량의 7%대를 생산하고 있고 이렇게 생산된 인삼을 수삼(갓 수확된 인삼)으로 판매하거나 홍삼으로 가공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도 수출하고 있다.
인삼과 인삼주(홍삼주)의 역사는 어디서부터일까? 고려인삼의 명성은 여러 문헌에서 나온다. 홍삼(紅蔘)이 언급된 문헌은 고려 인종 때 송나라 사람 서긍(徐兢)이 저술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고려인삼에 관한 기록이 있고 홍삼을 언급한 대목이 있다. “백삼(白蔘)은 좋은데 여름을 지나면서 좀이 먹고 상하기에 보존성이 떨어져 솥에 쪄야 보존성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외에는 홍삼주 자체에 대한 문헌적 기록은 쉽게 찾기는 어려웠다. 필자가 추측건대 가양주 형태로 수많은 인삼주(홍삼주)가 만들어졌고 또 계승됐을 거라 본다. 아무래도 홍삼보다는 인삼만 가지고 빚은 인삼주가 더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홍삼은 인삼보다 체질이 달라도 부작용이 없고 맛과 향도 거부감이 적다고 한다. 기력강화와 암세포억제 그리고 탁월한 면역향상, 성기능향상, 여성갱년기장애 개선효과 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고 또 만성위염 및 위궤양과 순환기·혈관계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적당히만 마신다면, 이처럼 대부분의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홍삼을 우리술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인삼을 넘어 홍삼으로…세계시장을 호령에 나선 ‘태평주가’ 진심홍삼인삼주
진안에는 국내 최초로 인증받은 홍삼 명인이 한 분 계신다. 3대에 걸쳐 장인정신을 이어온 홍삼 명인 송화수 선생이다. 50년 가까이 이 분야에 몸담은 공로로 제44호 식품명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가 만든 홍삼액으로 명품 홍삼주가 진안에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의 인삼주는 소주에 수삼을 넣는 방식이였지만 홍삼액이 들어간 홍삼 인삼주는 70g 이상의 수삼 그리고 6년근 홍삼 농축액 등을 첨가해 완성한다. 수삼은 70%이상 수작업 세척을 거쳐 병입된다.
어찌 보면 진화된 담금주라 부를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홍삼의 달콤함과 인삼의 쓴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고도주보다 목넘김이 좋고 부드러운 프리미엄급 증류주 맛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삼의 기운찬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기본 담금주의 맛과는 전혀 다른 증류주를 즐길 수 있다. 38%, 19% 등의 홍삼증류주에는 매운갈비찜과 더치오븐에 끓여나오는 탕류가 잘 어울린다. 매서운 동장군이 몰아치는 동계시즌 텐트 안에서 즐기는 홍삼인삼주는 어떤 캠핑 안주와도 절대궁합이다.
인삼주라는 단순한 담금주 개념을 6년근 홍삼진액을 이용해 고급 증류주로 바꿔놓은 양조장이 바로 ‘태평주가’이다. 태평주가는 인삼향 가득한 진안의 공기 좋은 장소에 위치해 애주가들의 방문도 반갑게 맞이하는 양조장으로 2012년에 지어져 역사와 전통은 짧지만, 특허기술과 그동안 쌓은 전통주 제작 기법으로 3년 만에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 그리고 세계시장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민속주 양조장의 작업은 매일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일이 없는 날에 양조장을 찾으면 태평주가 이영춘 대표와 담소를 나눌 기회도 있다. 이영춘 대표는 전주 이강주 양조장에서 15년간 열정을 쏟으면 생산 및 마케팅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고집과 열정으로 담아 ‘진심홍삼인삼주’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이강주에서 전무이사를 거치며 민속주 제조공법을 몸에 익히고 진안의 특산품 중 하나인 인삼과 홍삼의 조합으로 민속주시장에서 새로운 맛과 독특한 느낌의 증류주를 선보인 인물이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내수시장보다는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내주류시장에서 전통주의 비중이 시장에서 겨우 2~3%를 차지해 내수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세계 여러 나라의 술들과 당당하게 겨뤄 인정받고, 더불어 우리 민속주도 이제 국제적인 경쟁을 갖추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일을 벌였다. 단순히 술맛만 좋아서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없기에 술을 담는 병 디자인에만 3년을 썼다. 이런 노력이 기존 양조장과는 차별화된 개성이 담긴 술병을 탄생시켰고 이곳의 술을 더욱 품위 있게 만들어 줬다.
이영춘 대표의 장인정신과 우리술에 대한 자부심이 진심홍삼인삼주의 맛과 더해져 해외시장 개척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청정한 공기와 자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특산명품 진안홍삼인삼주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곳 진안은 술을 빚는 장인들의 정신세계와 열정을 통해 홍삼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계곡 명소 ‘운장산자연휴양림’과 ‘운일암반일암야영장’
태평주가 양조장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위치한 운장산자연휴양림은 계곡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사이트는 20개, 방갈로형 객실은 24개가 있다. 주변에 숲속수련장과 족구장, 산책로와 등산로가 아주 잘 갖춰져 있다. 자연휴양림답게 저렴한 요금도 매력적인 곳이다.
운장산자연휴양림은 맑고 깨끗한 갈거계곡을 따라 조성돼 있다. 자연휴양림의 특성상 울창한 원시수림과 마당처럼 평평하고 넓은 돌이 자리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 마당바위와 맑고 투명한 물과 박력 있는 물소리가 인상적인 학의소계곡 등이 있어 야영의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켜준다.
야영데크로 진입 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사이트가 나타난다. 총 20개의 데크사이트가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붙어있어 개인생활을 보장받기 어려움은 있지만, 주변 자연경관과 사이트 주변으로 흐르는 계곡물의 깨끗함 하나로 모든 걸 보상받는 곳이다. 어항으로 다양한 어종의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수심이 낮아 물놀이 하기에 적당하다. 그리고 2개의 산책로와 3개의 등산로가 있어 언제든 크고 작은 트레킹과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캠핑사이트 뿐만 아니라 황토방, 숲속의집, 숲속수련장 등의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어 다양한 형태의 숙박을 즐길 수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마이산 도립공원이 약 16km 부근에 위치해 있다. 태조가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은수사와 현재 마이산탑(馬耳山塔)으로 불리며 전라북도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된 탑사(塔寺)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마음마저 품을듯한 천황사 전각을 거쳐 진안8경 중 하나인 용담호 등을 관람으로 제대로 하루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다.
1990년에 관광지로 지정돼 야영까지 가능한 운장산 자락 운일암반일암 계곡은 폭포와 기암괴석 등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계곡산책로와 무지개다리 등에서 바라보는 운일암반일암의 자연경관은 단연 으뜸이다.
이곳에 위치한 운일암반일암(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동상주천로 1716) 야영장은 예전에는 무료로 개방됐지만, 지금은 1만원의 저렴한 요금을 받고 있다. 개수대와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야영에 큰 불편함이 없다. 현재는 약 50동가량의 사이트가 동시에 야영할 수 있고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주변에 유사한 캠핑장이 몇 군데 있는데 각자 요금이 다르니 편의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되겠다.
주차장과 사이트간 거리가 있어 차량 주차 후 짐을 캠핑장까지 날라야 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계곡에서는 물놀이가 가능하고 크고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엔 충분하다. 따로 길이 없고 오로지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어서 운일암이라 이름이 붙여졌고, 또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이라 붙여져 두 이름이 합쳐진 이름이 바로 운일암반일암 계곡이다. 좁은 계곡을 가득 채운 웅장한 바위들이 시선을 붙들어 매고, 바위를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와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