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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음주가무 Jan 23. 2023

[음주가무의 캠핑여행⑧]

고소리술과 함께 하는 캠핑여행…제주도는 언제나 옳다



캠핑과 여행을 통해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명절마다 마시던 우리 전통주가 얼마나 큰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진 결과물 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우리술과 캠핑을 하며 발길을 옮긴 다음 행선지는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우리술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이 모여 제주 술 생산자 협회를 설립하고 공동판매 및 홍보·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양조장들이 잘 연합해 효율적으로 제주 전통주를 보급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몽골군이 전수한 소주…제주 좁쌀과 만나 전통주로 탄생



제주 전통 주조 기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증류주인 소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야기부터 시작 해야겠다. 증류식 소주 방식이 최초 도입된 시기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227년경 고려 충렬왕 때, 몽골군이 개성·안동·제주에 주둔하면서 즐겨 마시던 독주(소주)가 우리술 소주의 원형이며 몽골군이 주둔했던 지역들은 우리 소주의 메카가 되었다. 초기에 소주는 약용으로 많이 쓰였다. 쌀로 만들어 독하지만 깨끗하고 맛이 좋아 양반은 물론 서민도 약식의 소주를 즐겼다. 조선시대에 소주는 더욱 대중화됐다. 이로 인해 과음을 한 나머지 알콜중독자가 증가했고, 쌀을 술 재료로 너무 많이 사용해 식량난의 원인이 되었다는 문헌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부정적 내용이긴 하지만 당시의 소주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소주는 ‘아라키주’, ‘아랑주’라고도 불렸는데, 아라비아어의 ‘아락’에서 유래가 됐다고 한다.



제주도는 예부터 고립된 화산섬이고 흐린 날이 많고 연중 바람이 자주 분다. 특히 현무암 지대가 많아 물을 대기 어려워 논농사보다는 해안가 중심으로 밭농사가 주로 이뤄졌다. 제주의 술 또한 쌀로 빚을 수 없다 보니 밭농사 작물을 이용해 만들어 먹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술이 ‘조’로 만든 오메기술이다. 좁쌀(차조)을 가루 내어 끓는 물에 익혀 반죽하고, 가운데 구멍을 뚫고 완성한 게 오메기떡인데, 이 떡으로 빚은 술이 발효주인 오메기술이다.






성된 오메기술을 다시 증류하면 제주도의 전통 소주인 ‘고소리술’이 된다. 고소리술을 만들 때, 제주에서는 전통적으로 ‘소줏고리’를 사용했다. 오메기술이 담긴 술독에 묻어둔 술밑을 솥에 올리고 소줏고리에서 내린다. 소줏고리는 흙·동·쇠 등 만든 재료에 따라 불리는 이름을 달리하지만 사용하는 용도는 오메기술을 증류하기 위함이다. 고소리는 제주 방언으로 술을 내릴 때 쓰는 소줏고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신들의 섬이라 불릴 만큼 당과 무속 신앙이 발달한 제주에서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당신(堂神)에게 올리는 굿판에서 사용된다. 제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굿판을 벌이고 제사를 지내고 잔치를 벌일 때마다 이 술을 마셨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제주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친구 같은 술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주류에 대한 조세를 부과하면서 개인이 술을 빚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밀주로만 만나볼 수 있는 술이 되었고, 해방 후에도 주세법이 그대로 적용돼 가양주가 통제됨에 따라 그 명맥이 끊겼다. 1985년에 이르러서야 무형문화제로 지정되면서 다시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발효주이며 약주인 오메기술은 여성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좋다. 마신 듯 안 마신 듯 부담 없는 도수와 입안 가득히 퍼지는 부드러운 한약 향이 코끝을 울리기 때문이다. 증류주인 고소리술은 많은 전통주 애호가들에게 안동소주와 비교되는 술로 꼽힌다. 안동소주와 증류방식은 비슷하지만 쓰인 재료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 지역의 물맛도 다르기에 술맛에서 개성 강한 차이를 보인다. 고소리술은 첫 느낌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강렬하고 목 넘김도 묵직하지만 마시고 난 뒤에는 오히려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특히 한 병 마실 때와 다르게 두 병째부터 더욱 감칠맛이 나니 기분 좋은 취기는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오메기술·고소리술의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는 ‘제주샘주’ 양조장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고장 애월읍에 닿았다. 그 속에 술 익는 냄새 가득한 제주를 대표하는 양조장, ‘제주샘주’가 서서히 모습을 보인다. 돌로 쌓은 술병모양의 조형물, 양조장 외벽마다 그려진 그림들, 그리고 전시 체험장은 단순히 술을 빚는 양조장이 아닌 문화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현재 제주에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만드는 양조장은 몇 군데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제주샘주 양조장은 제주와 제주 전통주를 대표하는 양조장이라 할 수 있다.





김숙희 제주샘주 대표는 2005년 지인으로부터 현재의 양조장 인수제의를 받고 본격적인 전통주 주조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하던 요식업이 힘에 부쳐 사업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양조장 사업은 그를 독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양조장 인수 당시 주조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받지 못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시행착오 끝에 전통주 제조법을 스스로 익혀나갔고 전통주 전문가들을 찾아가 사사 받으면서 술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넓혀나갔다고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2년에는 한국식품연구원의 술 제조 전문가과정을 수료했고 우리술 품평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원래 고소리술, 오메기술 전통계승자가 있었지만 이를 전통방식을 지켜가면서도 현대인의 기호에 맞추어 대량화에 성공시킨 장본인은 김숙희 대표다.



제주샘주의 오메기술은 기존의 좁쌀만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좁쌀과 쌀을 적절히 배합해 더욱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낸다. 정작 술은 입에도 못 댄다는 김 대표가 제주를 대표하는 명주를 제대로 복원시켰다는 사실이 작은 기적이다. 제주샘주는 지난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후, 많은 이들에게 제주 술에 대한 정보와 체험을 선사하는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변화된 대중의 기호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가는 제주샘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술도 머지않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증류명주로 거듭날 것을 확신하며 양조장을 뒤로했다.



◆제주 1호 야영장법 허가 득한 ‘벨리타캠핑장’…생태마을의 자연을 고스란히 느끼는 곳



제주에는 야영장법 허가를 득한 캠핑장 중 ‘벨리타캠핑장’을 추천한다. 제주샘주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제주에서 최초로 캠핑장으로 인허가를 받은 곳이다. 제주는 호텔과 펜션 등이 워낙 발달해 상대적으로 캠핑장이 뒤늦게 활성화됐다. 벨리타캠핑장은 제주시 조천읍 조휼리 2861-4번지에 위치했다. 사이트는 18개, 글램핑은 2인 커플존과 4인 패밀리존으로 8개 있다.






벨리타캠핑장이 있는 선흘리는 동백동산습지가 있다. 이곳은 람사르협약을 통해 세계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습지로 지정된 곳으로, 선흘리 역시 람사르가 지정한 생태마을이며, 우리나라 환경부 지정 생태마을로써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자연환경이 보호되어야 할 마을로 공인된 곳이다. 벨리타캠핑장은 24시간, 4계절 내내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넉넉한 샤워장과 화장실, 개수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여자화장실은 헤어드라이어기는 물론 탈수기와 세탁기까지 설치돼 있어 장기체류를 계획한 분들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이트도 사이즈도 아주 넉넉하고 잔디밭 사이트는 차량을 바로 옆에 주차하고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게 꾸며졌다. 사이트마다 전기 시설이 개별 분전반으로 설치돼 원활한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7개 구역에 와이파이를 설치, 캠핑장 어디서나 원활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제주도 캠핑장의 경우 화산석을 바닥에 깐 경우가 많아 배수가 아주 우수하다. 이곳은 제주공항에서는 35분, 제주항에서 20분, 성산항까지는 30분 거리에 있어 차량을 싣고 제주를 방문하는 캠퍼들의 접근성이 좋다.






캠핑장에서 약 5분거리에 위치한 에머랄드빛 해변으로 유명한 함덕서우봉 해변은 바람이 불어도 바다는 잔잔하기에 카약과 스노우클링 즐기기에 좋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에코랜드, 절물휴양림, 동굴까페, 캐릭월드, 선녀와 나무꾼 등 제주의 주요 관광명소와 20분 이내에 모두 위치하고 있어 당일코스로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혜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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