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슬픈 전설이 만든 ‘녹고의 눈물’…제주도는 언제나 옳다
제주 캠핑여행에서 조금 특별한 곳을 찾았다. 제주에 섬오가피 뿌리를 이용해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있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섬오가피는 제주도가 자생지로 제주도 10대 약용작물이기도 하다. 오가피를 재료로 만드는 술은 시중에 여러 종류가 나와 있지만, 제주산 섬오가피 뿌리를 이용해 만드는 방식이 제주 여행객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했다. 제주 최대의 녹차밭이 있는 오설록 뮤지엄을 지나 소박한 마을 한곳에 전통방식으로 빚어내는 민속주를 만나봤다.
◆오가피 중 으뜸, 제주 섬오가피 뿌리로 만든 ‘녹고주’
500년 전부터 동의보감 및 본초강목 등에 수록되어 약효를 이미 인정받은 섬오가피 뿌리 성분에는 아칸토산이 대량으로 함유돼 있어 특히 항암에 효과에 뛰어나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는 섬오가피를 2000년도에 감귤작목의 대체작목으로 100여 개의 농가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줄기·잎·열매와는 다르게 뿌리에 주로 약용성분이 분포돼 있다.
약용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섬오가피주는 바로 뿌리로 만든다. 이 섬오가피주를 ‘녹고주(酒)’ 또는 ‘녹고의 눈물’이라고 부르는데, 제주도에서 유래하는 슬픈 설화에서 유래했다. 의좋은 남매 수월과 녹고가 어머니 병을 고치려 약초를 찾아다녔는데 가장 중요한 약초인 오가피를 구하지 못해 고생했다. 그러다 수월이 벼랑 끝에서 오가피를 발견하고 꺾는 순간 떨어져 죽고 만단. 누이의 죽음에 녹고는 슬피 울었는데 그 눈물이 떨어진 자리는 ‘녹고물’이라 불리는 샘이 되고, 수월이 떨어진 봉우리를 수월봉이라고 부르게 됐다.
섬오가피주인 녹고의 눈물은 기타주류로 분리되어 있지만 생주에 가까운 술이고 7년 이상 된 섬오가피 뿌리의 원액을 추출해 40일간 발효하고 30일 이상 숙성과 여과, 다시 6개월의 숙성이 다시 이뤄지면 완성이 된다. 색·맛·향을 내기 위한 인위적인 재료들을 첨가하지 않아 생주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첫잔의 느낌은 바디감이 묵직하고 감미가 주도적으로 술맛을 이끌어간다. 한약재와 같은 안정감 또한 녹고주의 장점 중 하나다. 청량감과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인 술이다.
녹고의 눈물은 타지역 오가피주보다 강한 소염기능, 당뇨억제 및 항암성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술을 마신다는 생각보다는 몸에 좋은 보약을 한 잔씩 나눈다는 기분이 든다. 어울릴 것 같은 캠핑요리는 낚지를 이용한 타코와사비 또는 회 종류를 추천한다. 더치 오븐으로 조리한 튀김요리도 어울리는 안주다.
녹고의 눈물이라는 생주를 탄생시킨 (주)토향이라는 술도가는 2011년에 설립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민속주를 만들어 내겠다는 신념 하나로 프리미엄급 생주를 탄생시켰다.
병든 어머니의 치유를 위해 약초를 캐러 갔다가 제주시 고산리 수월봉의 높은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수월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에 대한 효를 이루지 못한 슬픔으로 녹고의 눈물이 샘이 되어 지금도 바다로 흐르고 있다고 한다. 녹고의 눈물 한잔에 수월 남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같이 스며들어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우리술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존재가 아닌 풍류와 설화, 서민과 양반 그리고 임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희로애락이 녹아 들어가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제주향이 가득한 수목원에서 하룻밤 ‘제주상효수목원캠핑장’
제주 캠핑여행으로 좋은 장소는 제주만의 특색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산록남로 2847-37번지에 위치한 ‘제주상효수목원캠핑장’이 딱 제주다움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서귀포 바다가 바라다보이고 울창한 나무숲과 약 1200여 종의 식물들, 화산암 드넓은 데크수목원 내에서 즐기는 캠핑이 가능한 제주상효수목원캠핑장은 상효수목원 내 위치한 자연을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다. 24시간 내내 그늘이 풍성하고 피톤치드와 자연의 소리가 제주의 아름다움과 더해져 제주캠핑의 낭만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제주 전지역이 야영지로 불리어도 좋을 만큼 멋진 풍경이 펼쳐지지만 야영장법 개정 이후 허가받지 않은 야영지에서의 캠핑은 불법이다. 허가받은 야영지 중 시설이 좋고 자연경관이 그대로 보존된 캠핑장으로는 이곳이 제주에서 으뜸이다.
잔잔한 안개와 파란 하늘이 공존하고 한라산을 배경으로 서귀포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점과 이끼계곡과 바위, 꽃, 나무 그리고 울창한 숲에서 즐기는 야영은 제주에서만 누려볼 수 있어 섬야영을 즐기려는 캠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 넉넉한 데크 사이즈와 제주의 토산석인 화산석의 기운을 받아 갈 수 있는 화산석 사이트도 같이 운영되고, 총 5동의 카라반이 별도로 마련돼 4~6인 가족이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200평 규모의 에어바운싱돔과 모래놀이장이 부대시설로 있고 수목원내 열대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온실과 상효원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를 경험할 수 있다. 부가시설로는 플라워갤러리, 카페 등이 위치해 있으며 허브체험, 꽃차만들기, 다육식물 화분심기 등 자연친화적인 체험도 가능해 캠핑과 여행 그리고 문화와 낭만이 공존하는 복합문화 캠핑장으로 추천한다.
상효수목원캠핑장과 (주)토향 양조장 사이에 다양한 여행지가 있다. 오설록-티(茶)박물관은 국내최초 차 전문박물관으로 대한민국의 차 역사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녹고의 눈물 전설이 내려오는 장소 수월봉과 차귀도 사이에 있는 수월봉 화산쇄설층도 가볼 만한 여행지이고 무엇보다 상효원수목원을 둘러보는 일정을 꼭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