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요새 슬기로운 의사생활 다시 보는데 엄마 관련 에피소드만 나오면 수도꼭지야.
예전에도 울었지만, 훌쩍이기만 했거든. 근데 이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나더라고.
나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의 아픔을 외면해서 미안해.
늘 입원하면 금방 좋아졌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안일힌 마음가짐으로 엄마를 후순위로 미뤄둬서 미안해.
엄마가 입원하고, 의사 파업으로 수술 날짜 안 잡혀서 난리일 때.
그 즈음 전화가 뜸했잖아. 원래 같았으면 외근 갈 때, 점심 먹을 때, 퇴근할 때 시도때도 없이 전화해서 엄마 귀찮게 했을 텐데.
변명이지만 그때 재계약 안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어.
한 달 내내 마음 고생하다가 재계약을 했는데, 너무 좋아서 엄마한테 제일 먼저 전화했는데 안 받는 거야.
아빠가 엄마 입원했다고 해서 다른 시간에 전화해도 안 받더라. 그래서 동생한테 전화해서 엄마한테 소식 전해달라고 했지.
원래 엄마는 입원하면 통화 자주 못 했으니까.
그런데 며칠 뒤에 다른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 엄마는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는데, 갑자기 대학병원에서 전화가 오더니 엄마가 불안해하니까 면회를 와달래.
놀라서 내려갔더니 진통제에 취해 나를 못 알아봤어.
그때 집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지, 엄마.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 진통제 맞고 자는 엄마 옆에서 계속 말했거든. 직접 얼굴 보고 말해주려고.
내가 일하는 이유는 다 엄마니까. 엄마랑 더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자기계발 하는 거니까.
"엄마 나 재계약 되서 연봉 올랐어. 천만원 올랐어. 엄마 뭐 갖고 싶어? 저번에 보여준 가방 사줄까? 아니면 먹고 싶은 거 없어? 입맛 없어서 어떡해, 칼국수 사올까? 순대? 엄마 좋아하는 파스타?"
계속 이야기했는데, 끝까지 자더라.
그때 더 오래 있을걸. 그러고 삼주도 못 채우고 엄마 떠났잖아. 나는, 엄마 수술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의사 파업 언제 끝나냐고 청원하고 기도하고 온갖 청승을 떨고 있었는데.
너무 바보같지.
그 시간에 엄마 얼굴 한 번 더 볼걸.
연봉 오르자마자 첫 월급으로 엄마 뭐 사주지 고민하던 내가 너무 바보 같고 멍청해.
엄마 꿈에 나와서 뭐 갖고 싶은지 말해주면 안 돼?
내가 납골당에 넣어줄게. 아니면 태워줄게. 뭐든 말해주라 엄마.
엄마 아픈데 철없이 군다고 화내도 좋으니까 한 번만 들러주라. 응?
너무 보고싶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