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15
제주도를 '강간'도시로 만들었던 고 김영삼 대통령의 사례를 다시 떠올려 봅시다.
당시 대선 후보 자격으로 제주도를 찾았던 김영삼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제주도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중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못하는 바람에 그 큰 그림을 스스로 코미디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관광'이라는 낱말을 천천히 소리 내 보세요. 반복해서 소리 내 보세요. 그리고 입모양을 느껴보세요.
저는 "고안~고앙~"을 말할 때와 비슷한 입모양이 만들어져요. 그 이유는 '관광'이라는 두 글자에는 모두 'ㅘ'라는 이중 모음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중 모음 'ㅘ'는 단모음 'ㅗ'와 'ㅏ'가 합쳐진 거니까 소리를 낼 때는 "오"소리와 "아"소리가 빠르게 연속해서 들려요. 그리고 입모양도 변합니다. 바로 앞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읽고 오세요.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친구가 [A]와 같은 말을 했다고 칩시다.
[A]
"[가일] 좀 사자."
"[건투]도 스포츠잖아."
"[대지] 같은 놈아!"
"[제] 지으면 안 되지."
"[헤찝]으로 가자."
"[기신] 꿈꿨어."
"한국[간강] 공사"
"[차메]가 참 달다."
어떠세요.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나요?
뜬금없이 저 말만 했다면 어리둥절할 거 같아요. 도대체 뭐라는 거야?
그런데 대화 속에서 한 말이라면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서 저 사람이 아래와 같이 [B]를 말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는 할 겁니다.
[B]
"과일 좀 사자."
"권투도 스포츠잖아."
"돼지 같은 놈아!"
"죄지으면 안 되지."
"횟집으로 가자."
"귀신 꿈꿨어."
"한국관광공사"
"참외가 참 달다."
사례 [A]와 사례 [B]를 눈과 귀로 각각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눈으로 글자를 보겠습니다. [A]는 꼭 있어야 할 모음 하나가 빠져 있습니다. 즉 맞춤법이 틀렸습니다.
[B]는 맞춤법에 맞습니다. 그래서 [A]는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 쓴 글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글자로 보면 교육받은 사람과 교육받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이번에는 귀로 소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누군가가 [B]처럼 말했다면 말소리가 또렷하고 명확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반면 누군가가 [A]처럼 말했다면 어떨까요? 대화의 맥락 속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결국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분명한 말소리의 의미를 추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달력이 떨어집니다. 이건 교육받은 사람들도 많이 내는 말소리 오류입니다.
내가 [A]처럼 이중 모음을 단모음으로 소리 내는지, 아니면 [B]처럼 이중 모음을 정확하게 이중 모음으로 소리 내는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세요. 배울 만큼 배운 전문직 종사자들 상당수가 사례 [A]처럼 이중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못하는 걸 저는 많이 봤습니다. 안타깝죠. 전문가인데 말소리가 전문가답지 않아서. 그만큼 세련된 말소리가 주는 이미지의 힘은 큽니다.
거듭 강조합니다.
이중 모음이 포함된 낱말을 정확하고 또렷하게 소리 내려면 입모양이 변해야 합니다.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를 가지고 소리 내는 연습 한번 해보겠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이중 모음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소리 내 보겠습니다. 따라 해 보세요.
"의~": 입모양이 "으"로 시작해 입모양이 "이~"로 끝나요.
"료~": 입모양이 "리"로 시작해 입모양이 "오~"로 끝나요.
"관~": 입모양이 "고"로 시작해 입모양이 "안~"으로 끝나요.
"광~": 입모양이 "고"로 시작해 입모양이 "앙~"으로 끝나요.
"활~": 입모양이 "호"로 시작해 입모양이 "알~"로 끝나요.
"성~": 단모음 'ㅓ'로 만든 낱말이어서 입모양의 변화가 없어요.
"화~": 입모양이 "호"로 시작해 입모양이 "아~"로 끝나요.
"위~": 입모양이 "우"로 시작해 입모양이 "이~"로 끝나요.
"원~": 입모양이 "우"로 시작해 입모양이 "언~"으로 끝나요.
"회~": 입모양이 "호"로 시작해 입모양이 "에~"로 끝나요.
한꺼번에 천천히 소리 내 보겠습니다.
"으이~리오~고안~고앙~호알~성~호아~우이~우언~호에~"
이번에는 연속되는 두 단모음 중 첫 번째 단모음 소리에 변화를 줄 겁니다.
첫 번째 단모음 소리를 아주 짧고 빠르게 냅니다. 그럼 이렇게 들립니다.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
결과적으로, 첫 번째 단모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입모양의 변화만 관찰됩니다.
여기서 잠깐! 조심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소리 낼 때 첫 번째 단모음을 빼먹으면 안 됩니다. 첫 번째 단모음을 아주 짧고 빠르게 소리 내라고 했지 빠뜨려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단모음 소리를 빼먹으면 이렇게 들립니다.
"이~로~간~강~할~성~하~이~언~헤~"
정말 이렇게 들리네요. "It makes you sound uneducated"
그러니까 반복해서 연습해 보세요.
여러분도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를 정확하면서도 유창하게 소리 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중 모음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연습하는 방법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