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 2부
약을 먹은 덕분일까. 서서히 죽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더 이상 칼을 삼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귀와 목을 비롯해 온몸의 통증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매 맞고 사는 것도 아닌데, 사람 몸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 무기력해지면 큰일이야!'라는 생각이 스쳤다. 약을 먹고 자는 시간 외에 명상을 하긴 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더 작은 성취를 쌓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펼쳤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펼친 건 아니었다. 그림책을 보는 것이 내가 가진 에너지로 할 수 있는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서평을 써야 한다거나 어려운 문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 동안 59권의 그림책을 읽었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세상 모든 그림책 작가님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이렇듯 무엇을 하기도 힘들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땐 그림책을 펼치는 게 정말 좋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잊고 지냈던 동심을 되찾아주기 때문이다.
아프다는 이유로 죽, 약, 잠을 반복했다면 꽤 무기력해졌을 것 같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기엔 온몸이 너무 아팠고, 하다가 죽었을지도 모르니... 그래서 간단한 산책 후 그림책 읽기는 내게 딱 좋은 선택이었다.
그림책을 다 읽은 후, 집에서는 서평을 써야 할 책 중 한 권인 심리학 책을 펼쳤다.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는 활력에 관한 도서였는데, 완전히 활력이 빠진 내겐 단비 같은 책이었다. 너무 급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잘 어울리는 도서였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들은 단순히 활력을 찾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진짜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스스로 아프다는 이유로 무기력에 퐁당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루의 대부분은 잠과 빈둥거림으로 보냈지만.)
거창한 일은 언젠가 완전히 회복되면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몸이 조금 더 회복되면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웹소설을 써야겠다. 마감은 책임져야 작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