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 16부
누가 내 목숨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을까? 아무도 없다. 이걸 잘 알면서도 그동안 난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왔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수술을 할 정도로 아프고 난 후, 애석하게도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수술 때문에 업무가 밀린 나를 향해 "놀러 가는 거냐"며 비아냥대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일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을 겪으면서 허탈감이 밀려들었다.
그때 난 아플 때만큼은 '이기적이다'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나 자신을 우선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남을 배려하는 것도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나의 건강과 행복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아플 때조차 남을 위해 배려를 한 날을 후회하진 않지만, 앞으로는 배려를 내가 할 수 있는 배려심을 좀 낮추기로 했다.
돌아보면 아플 때도 남을 배려하느라 내게 소홀했던 시간이 꽤 많았다. 받기 싫은 전화를 억지로 받으며 웃었던 때도 있었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 날도 많았다.
세상살이가 내가 편한 대로만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 몸이 심하게 아플 때조차 나보다 남을 배려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남의 과제까지 해결해주지 말고,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알빠노 정신입니다.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전미경, 위즈덤하우스, p197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자 한다. 필요할 때는 '알빠노 정신'도 좀 발휘하면서. 주변의 기대와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아픔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