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기 하루 전날 문득 두려움이 찾아왔다. '아, 내가 수술이라니.'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술이 하고 싶었는데 막상 수술 후 입원을 위한 짐을 싸면서 아픔이란 공포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물론 한동안 침대에 누워서 '이 고통을 끝낼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라고 중얼거리는 것보다 빨리 수술하는 게 좋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이전에 검진받을 때 맨살을 찌를 적이 있는데 진짜 죽도록 아팠다. 남들보다 통증을 잘 느끼는 건지 흥건한 피를 보는데 아찔했다. 칼에 찔려 죽으면 이것보다 더 아프겠지 이런 생각도 들고.
가방에 이것저것 담았지만 정작 얼마나 사용할지 모르겠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미리 써둔 서평을 올리거나 쇼핑 어플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책 읽고 글 쓰는 그런 강한 정신력이면 좋을 텐데 왠지 엄청 풀어질 거 같은 기분도 든다. 입원해 본 기억이 없으니 과연 입원 후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잘 되진 않는다. 느긋하고 여유 있고 우아할 필요 없이니 그저 빠른 회복을 바란다.
Doux repos_Victor Gabriel Gilbert (French, 1847–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