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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혔다

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 11부

by 윤채

이제 좀 살겠다. 그동안 수술 날짜가 잡히지 않아서 더 조마조마하고 힘들었다. 그 사이 몸이 괜찮아졌다면 다행인데 몸은 괜찮아지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수술 날짜만 밀리니 일상이 더 피폐해지는 것만 같았다. 수술을 아예 안 하는 상황이면 좋지만, 계속 애매한 상태다 보니 피 말리는 느낌이 더 강했다.



수술 날짜를 잡은 날, 몸이 엄청 경직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수술 날짜를 잡으려니 그동안 밀린 일도 많고,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몸만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지금 몸상태로 뭘 하기도 어려운데 생각은 왜 그렇게 많았던 건지.. 마음이 무거우니 몸이 더 경직되고 힘들었던 것 같다.




229370fg.jpg Le Repos_Victor Gabriel Gilbert (French, 1847–1933)




그날 간호사 선생님의 단호한 말씀이 아니었다면 수술을 며칠 더 미뤘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 또 몸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 수술 날짜를 잡은 날, 이런저런 이유로 수술을 미루지 않길 잘했다. 병원 가야 하는데 놀러 가는 거냐고 막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정말이지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모두가 자기 같은 줄 아는 것도 우습다. 씁쓸하긴 하지만 어쩌겠어. 뭐 눈엔 뭐만 보이는 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내 건강 내가 안 챙기면 크게 다치는 건 결국 나다. 안타깝지만 내 몸을 진짜로 걱정해 주는 건 나밖에 없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내 건강이 우선인데.. 이 간단하고 쉬운 걸 어째서 흐린 눈을 했던 걸까. 책임감이라는 건 타인과 일에만 가지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먼저 가져야 했던 건데.



수술 끝난 후에도 몇 개월 고생은 예약이지만 빨리 이 아픔이 끝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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