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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채 Nov 08. 2024

설렁설렁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웹소설 작가의 고통 탈출 일지 15부

설렁설렁

<부사>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움직이는 모양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수술 후, 병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하루는 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젠 병원에 나오지 않아도 되겠네요. 꾸준히 잘 관리하면 됩니다."



그 말에 아픔이 잘 아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안도했다. 수술을 두 번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좋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워, 내가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반추했다. 하지만 전혀 모르겠다. 재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나름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았지만, 지속적으로 복통과 구토 증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김밥만 먹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속이 아프고 토할 것 같은지. 기분이 좋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면서, 건강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내가 관리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몸의 신호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불안 속에서도 나는 나름의 방법으로 일상을 이어갔다. 밀린 일도 많고, 해야 할 것 투성이었지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를  설렁설렁 보냈다.



여기서 "설렁설렁한 노력"이란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보며 일상을 살아가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 접근 방식은 불안감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Taking a Nap (1866)_Alexander Hugo Bakker Korff (Dutch, 1824 – 1882)



건강에 대한 불안이 나를 짓누르거나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순간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느긋함을 허락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불안에 휩싸여 조급하게 대처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상황을 바라본다. 매일 아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설렁설렁한 하루를 열고 설렁설렁 밥을 먹고 설렁설렁 글을 쓴다.



이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보는 순간이 있어 행복하다. 불안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계속 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설렁설렁하게 움직인다.



이렇듯 때론 설렁설렁한 노력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되어준다. 나의 설렁설렁한 노력은 결코 설렁설렁하지 않은 건강과 성과를 선물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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