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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채 Nov 28. 2024

알빠노 정신으로 살고 있나요?

나쁜 이기심vs착한 이기심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과제의 분리'를 제안했습니다. 타인의 과제를 끌어안게 되면서 인생이 괴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남의 과제까지 해결해 주지 말고,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알빠노 정신입니다.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전미경, 위즈덤하우스, p197








이전 글에서 '알빠노' 정신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 후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라는 책을 다시 펼쳤다. 책을 재독 하며 과거의 내가 '알빠노' 정신이 부족해서 대인관계가 힘들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Hof im Schnee (1913)_Hermann Goebel (German, 1885 - 1945)




상대가 알빠노 정신으로 내게 피해를 준다 해도 나는 어떻게든 내 일을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속은 괴롭지만.) 그러나 이런 상황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 몸과 정신엔 탈이 났고, 손절이라는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곤 했다.



인내심이 남들보다 몇 곱절인 깊은 편(자랑 아니고 미련한 거다.)이라 고통을 인내한 세월이 5~10년이 넘어갈 때도 있었는데, 아무리 손절을 해도 그때의 응어리와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과하게 밀착되어 있는 관계를 정리 정돈해서 각자가 독립된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서로의 관계가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 알빠노 정신의 핵심입니다.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 전미경, 위즈덤하우스, p1201




알빠노 정신에 관해 생각하다 타인이 나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나까지 이기적이어도 괜찮은가에 대해 고민했다.



속으로는 이기적인 사람에게 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과거의 나는 '그 사람도 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말도 안 되는 넓은 아량을 보일 때가 많았다.(다시 말하지만 자랑 아니고 미련한 거다.)




애석하게도 결말은 늘 나만 고통받는 새드 엔딩이었다. 더 애석한 점은 결말이 아무리 세드 엔딩일지라도 이기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양심통이 나를 너무도 힘들게 했다는 점이었다.



내 마음속 한 구석에선 상대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는 생각이 있었고,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든 미련할 정도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게 곧 나의 행복이 아닌데도 말이다.




Garten im Herbst (1926)_Hermann Goebel (German, 1885 - 1945)




이런 나에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알빠노에는 합리적 알빠노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전미경 작가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엔 나쁜 알빠노도 있지만, 착한 알빠노도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먼저 시전 하는 알빠노는 '갑질'이다.



갑질을 당할 때 나를 보호할 알빠노로 맞대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지켜주겠는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의 경계를 침범하지 못하게 할 보호막 알빠노가 필요하다. 때론 나를 위한 이기심이 나를 가장 잘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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