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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채 Dec 01. 2024

완벽하지 못해서 다행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벽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완벽했던 적이 없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깊이 완벽을 바라곤 했다. 원고를 바라보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던 적이 많았다. 지금 부족하다고 느끼면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침대에 누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완벽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물론 이런 고민 덕분에 강의, 강연, 책, 칼럼 등을 꾸준히 접하게 되었지만, 때때로 완벽하지 못하다는 불안감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멍 난 내 지갑은 어찌하리.)



완벽해지고 싶다는 마음은 종종 나를 소극적이고 겁쟁이로 만들곤 했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이 부끄러워서 완벽해지고 싶은데 그 길이 막막해 행동을 미루거나, 지출을 늘려 배움의 기간만 늘리기 일쑤였다. 생각해 보면 완벽하지 않은 글 실력 덕분에 꾸준히 글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빨리 완벽주의와 이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지갑에 구멍 나는 걸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싶다.



Self-Portrait Reading In The Studio, Also Known As The Student_Émile Friant (French, 1863–1932)



사실 지금도 나는 완벽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원고를 쓰는 게 즐겁다가도, 완벽하지 못한 글에 좌절할 때가 많다. '이런 글이 공개되어도 괜찮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에 휩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잃지 않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혜택이란 생각도 든다. 너무 완벽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 불완전함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고, 나만의 길을 찾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완벽하게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언제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쓰며 살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다. 죽기 전까지 원고를 완벽하게 잘 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다. 매일 밤 불완전함을 안고 잠드는 불완전한 덩어리이다. 이 결점들을 포용하고, 자신에게 친절하며,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은 황벽주의에 큰 망치를 드는 일과 같다. 세상이 당신을 짓밟으려 할 때마다 자기 연민을 연습하자. 광고에서 뭐라고 말하든, 그 물건을 구매하든 말든 당신은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로 충분하다. 영원히 그럴 수밖에 없다.

-완벽이라는 중독, 토머스 커런, 북라이프,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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