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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채 Dec 03. 2024

가끔 무책임해야 행복하다

무책임함에 응대하는 현명한 무책임

내가 어릴 적부터 교육받은 것 중 하나는 '책임감'이었다. K-장녀로서 가족의 기대와 역할을 항상 느끼며 무거운 책임감을 당연하게 안고 살아왔지만, 요즘엔 이 책임감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종종 일을 하다 보면 과도하게 무책임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 어떤 사람은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라는 식의 마인드로 쉽게 피해를 주곤 한다.




타인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내가 과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까?




예전에는 남이 아무리 무책임해도 내게 주어진 일 그 이상을 해내곤 했다. 솔직히 그럴 때마다 본인이 친 사고를 수습해 줄 사람이 있으니 더욱 무책임해진다는 게 눈에 훤히 보였지만,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기에 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이러다가 내가 지구별에서 사라질 것만 같다.



사람마다 타고난 양심의 크기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비양심적으로 사는 사람 때문에 내가 과도한 책임감에 짓눌려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간악한 태도와 마음이 이용당하고 싶은 바보가 세상 어디에 있을지 궁금하다.




Sad tidings_Walter William Ouless (English, 1848-1933)




살면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때론 나를 지키기 위한 무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 이상 타인이 내던지는 무책임한 일에 내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고, 타인의 일을 수습하느라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게도 휴일은 중요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본인 약속이 중요한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약속 취소해서까지 업무를 부담하라는 개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무책임함은 독인 것 같지만, 때로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대를 만날 때 나도 함께 무책임해지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



개소리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때로는 과도하게 무책임 사람을 만났을 땐 함께 무책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주변을 정리하고, 좋은 사람을 찾아 사귄다.

-사람공부, 조윤제, 청림출판,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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