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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이혼한 날 만난 남자가 익숙하다

묘사하는 마음

by 윤채



감각적 묘사

청명한 하늘

햇살 조각

따스한 목소리

향기


심리적 묘사

불안감

민망함과 혼란


인물 묘사

주인공의 외모와 태도

상대방의 외모와 태도


환경 및 배경 묘사

거리의 풍경

이국적인 하늘


상징적 묘사

신혼 이혼

고양이

고양이 털 알레르기


사건 및 동작 묘사

대화의 흐름

걸음과 행동




누가 알았을까. 신혼 이혼 따위를 하게 될 줄을.


낯선 거리를 걸으며 고개를 들어 청명한 하늘을 눈에 가득 담았다. 하늘을 향해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까만 눈동자에 비친 이국적인 하늘은 한국의 하늘과는 너무도 달랐다. 더 높고, 더 푸르고, 더 우아했다. 한편으론 쓸쓸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면 절대 못 보잖아. 실컷 보자.'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 조각에 미간을 찡그렸다. 그 순간, 귓가에 따스한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그렇게 인상 쓰면 주름 생긴다."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키,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머리카락, 작고 갸름한 얼굴에 깔끔하고 정갈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왜 방금 본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거지?


하긴, 옛날부터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는 소리만 듣던 '그'니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늘 1등만 하던 완벽한 놈이기도 하고.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출장 온 거야?"

"아, 내 고양이가 길을 잃어서."


그의 목소리엔 묘한 따스함이 묻어났다. 목소리까지 완벽한 놈.


반달처럼 휘어진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은 마치 젖은 종이인형 마냥 허름했다. 황급히 마주친 시선을 피하다 휘청거렸다. 민망함에 허둥지둥 자세를 고쳤다.


"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 있거든?"


고양이는 귀엽지만,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이 만남도 마찬가지였고.


'신혼여행 가서 이혼당했다고 소문나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불안함에 저도 모르고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냥 우연한 출장이라고 하자."

"우연?"

"그래, 우연."


어처구니가 없는 듯 그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심장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익숙한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시간이 멈춘 것인지 혼이 빠진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시절 처음 맡았던 달콤하고 쌉싸래한 초콜릿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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