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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 나 혼자만 하고 있었나 봐

묘사하는 마음

by 윤채 Mar 12.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촉각

부드러운 테이블 표면

따뜻한 스웨터의 감촉

머그잔의 온기


시각

창밖의 흐릿한 풍경

테이블 위의 작은 화분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

상대의 얼굴, 옷


청각

컵이 부딪히는 소리

은은한 음악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다른 테이블에서 울리는 스마트폰 벨소리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


후각

커피 향

커피와 함께 섞인 우유의 부드러운 향기

카페 안에서 느껴지는 갓 구운 빵의 향

상대방이 풍기는 향기


미각

쓰디쓴 아메리카노의 맛

커피에 섞인 설탕의 달콤함




은은한 클래식 선율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맞아, 네가 생각하는 거."


달콤한 바닐라와 시트러스가 뒤섞인 낯선 향수가 배인 셔츠 칼라를 매만지며 그는 입술을 비튼다. 죄책감 따윈 찾을 수 없는 눈동자. 창밖으로 흐르는 비처럼 흐릿한 풍경만이 그녀의 스산한 마음과 닮아 있다.


식어가는 머그잔의 마지막 온기마저 그녀의 손을 떠나기 전, 쓰디쓴 아메리카노 향이 메스꺼움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의자 다리가 대리석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드디어 자유다. 푸른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해변. 시원하고 맛있는 아메리카노.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과 함께, 시원한 바다 내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휴가이자 보상이지.'


따스한 햇살 아래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진다. 코끝을 스치는 향기 속에 여름의 설렘이 스며든다.


"그 자식, 설마 여기까지 따라오진 않았겠지?"

"그 자식이 누굽니까?"


심장이 한 박자 멈춘 듯,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감히 네가 멋대로 휴가를 가? 푸른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그의 입꼬리가 위험하게 올라간다. 파도 소리마저 멎은 듯, 교차된 시선 사이로 달콤하고도 위험한 긴장감이 감돈다.




2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 비싼 커피가 코로 들어가는 건지 뭔지 모르겠네.'


A의 공시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였는데, B의 자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팔찌 별 거 아니야."


B가 손목을 흔들자 크리스털이 반짝이며 형광등 빛을 튕겨낸다.


별거 아닐 리가. 저 팔찌 가격이면 석 달 치 월급은 나올 텐데.


"그냥 한국에선 절대 못 구하는 뭐 그런 거야."


B가 한 옥타브 올리며 말끝을 늘인다.


"너희들 보여주려고 일부러 차고 나왔어."


꺄르르 터지는 웃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얄밉다. 입꼬리는 그저 습관처럼 올라가지만, 머릿속은 이미 다른 곳을 헤매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사이로 파고드는 수다에 귀가 점점 더 피곤해진다.


독한 향수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앉아있는 B의 뻔한 자랑만 아니었다면 즐겁게 시간이나 때우다 갔을 텐데.


"아참, 너 요즘 소문 안 좋더라?"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B가 웃는다.


순간 커피잔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완벽하게 세팅된 눈썹 아래로 빛나는 B의 날카로운 시선은 대놓고 그녀를 깔보고 있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신경질을 꾹 눌러준다.


이번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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