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변하고, 덕질은 늘 새롭다

언젠가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by 윤채

처음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 나는 이 작품이 내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처럼 보였고, 그보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찰스 디킨스의 작품들이 내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의 소설 속에는 사랑 이야기 그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 나는 그런 서사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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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 전혀 다른 감정이 들었다. 예전에는 가볍게 넘겼던 문장들이 유난히 마음을 두드렸고,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감정선이 더 깊고 섬세하게 다가왔다.



마치 오래전 잊고 있던 첫사랑과 다시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어떤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지만, 사실 취향은 변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지금은 별 감흥이 없는 것이라도 언젠가 내 삶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음악이 어느 날 문득 가슴 깊이 와닿고, 한때 따분하게 느껴졌던 영화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감동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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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관심 없던 분야가 나도 모르게 점점 스며들어 언젠가 열렬히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늘 같은 것을 좋아하는 존재가 아니다. 취향은 우리의 경험과 함께 계속해서 변화하고,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러니 지금 당장 어떤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그렇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그것이 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배척하지 말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감정의 씨앗을 품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피어나게 될지도 모를 사랑을 위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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