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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은 파업입니다

쉼표 하나가 삶을 바꾼다

by 윤채

2025년 3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쏟아졌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어느새 한 달이 훌쩍 가버렸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며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지쳐 있었다.



그렇게 맞이한 4월 1일, 내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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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였지만, 오늘만큼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기로 했다. 쌓여 있는 카톡도 읽지 않고, 끼니도 거르며, 오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처음에는 살짝 불안했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보이는데 그냥 쉬어도 될까? 하지만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했다.



이제 그만 좀 쉬어.



돌아보면 열심히 사는 법은 배웠지만, 제대로 쉬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쉴 때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쉼조차 의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몸이 피곤하면 잠을 자듯, 마음이 지치면 멈춰야 한다. 잠깐이라도 쉬어야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쉴 줄 모르는 삶은 결국 탈진을 부른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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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올해 내 생일 선물은 ‘완전한 휴식’이었다. 책을 사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건 ‘쉼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 오히려 삶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할 일을 미루어도 세상은 멀쩡했고, 하루쯤 쉬어도 나 자신이 사라지진 않았다.



잘 쉬는 것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보는 행위이며, 다음을 위한 준비다.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잠시 멈출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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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쉼표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자. 의외로, 그 하루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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