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내 인생의 새로운 덕질

덕질에서 시작해 진심으로 이어지다

by 윤채



덕질의 또 다른 이름, 봉사




새로운 덕질을 시작했다.



'덕질'이라는 단어가 봉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부르고 싶다. 좋아서 시작했고, 좋아서 계속하게 된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한 작가를 깊이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의 책을 사고, 행사를 직접 준비하며 열정적으로 뒷바라지를 했다. 그땐 그것이 나의 열정이고 선의라고 믿었지만, 끝내는 봉사 시간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내쳐졌다.



(돌아보면 밤에 선글라스 끼고 다니는 연예인병에 걸린 작가를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아무튼,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나는 '봉사'라는 말에 경계심부터 들었다. 그때 선의조차 이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평소에도 길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거나,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환경미화 같은 일에 만족하곤 했다.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적어도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소소한 일상 속 작은 보람이나 감동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었다는 감정도 분명하고 따뜻했으니까.




905791ilsdl.jpg Children of our town pl 1 (1902)_Ethel Mars (American, 1876-1959)



그러다 어느 날,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했다.



망설임 끝에 한 발을 내디뎠고, 그렇게 시작된 봉사는 아이들과 만남이 거듭될수록 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작은 관심에도 환하게 웃어주는 순수한 얼굴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건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일이구나.



그 이후로 매주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선택을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거 할 시간에 네 일이나 잘하지."



그 말에 마음이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흔들리진 않았다.



"다른 일은 포기했어?"라는 비아냥을 돌아보면, 내가 글도 안 쓰고, 그저 봉사에만 몰두하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눅 들진 않았다.




905792ilsdl.jpg Children of our town pl 2 (1902)_Ethel Mars (American, 1876-1959)



아이들과 만나 가야금과 피아노, 미술, 국어 등 다양한 학습을 함께하며, 그 속에서 웃음과 온기를 나누며 생기를 찾는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얻는 맑은 에너지가 나를 더 빛나게 해 준다.



인생사 새옹지마고, 착하게 살면 결국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 아주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이다. 내가 인생을 백 년도 넘게 산 현자는 아니지만,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봉사는 누굴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다시 다잡는 일이기도 하다. 따스한 선의는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준다.



새로운 덕질인 봉사. 그 속에서 나는 나를 더 사랑하는 법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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