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많으면 인생이 바뀐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계속 좋아한다

by 윤채

어릴 적 나는 하나에만 푹 빠지는 사람이 부러웠다. 어떤 사람은 오직 그림만 그렸고, 어떤 친구는 수학 문제집만 파고들었다.



그에 비해 난 산만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밤새 영화를 보기도 했다. 아이돌 노래에 빠졌다가 애니메이션을 보며 울고 웃는 날도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이것저것 좋아할까?’ 하고 자책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삶에 여러 갈래의 창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 창을 하나씩 열 때마다, 세상은 더 촘촘하고 다채롭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길을 걸을 때 그냥 걷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하나, 지나가는 대화 한 줄, 가게 앞에 붙은 문구까지도 전부 눈에 담는다.



음악을 들으면 멜로디에 젖는 동시에, 가사 속 감정을 곱씹는다. 드라마를 보다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 있으면, “이 감정을 나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좋아한다’는 건 그저 가볍고 감정적인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대할 때 훨씬 예민해지고, 깊어지며, 민감해진다. 그리고 그 감각은 삶 전체를 바꿔놓는다.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수많은 감정을 경험할 기회를 가진다는 뜻이다.



기쁨, 설렘, 안타까움, 슬픔, 그리고 때로는 뿌듯함. 이런 감정은 나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저 말하고 싶었고, 다음엔 써보고 싶었으며, 결국엔 새로운 이야기를 짓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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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덕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것들에 감정을 담다 보니, 어느새 내 안의 이야기가 자라나고 있었다.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나아가는 길은 멀고 어려운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한 결과일 뿐이었다.



살다 보면 우리는 효율과 집중을 강조하는 세상 속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 목적대로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목적 없는 열정, 이유 없는 좋아함이 삶을 더 멀리 데려다준다.



좋아하는 게 많아지면 삶은 조금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고민도 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 복잡함이야말로 내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계속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문장을, 캐릭터를, 음악을, 그리고 내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어쩌면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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